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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공포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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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너무나 큰 위력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무기라고 한다. 실제로 1945년 일본에 미국이 사용한 이후 지금까지 핵무기가 실전에 쓰인 적은 없다. 전략핵보다 위력이 낮은 전술핵도 그렇다. 전술핵은 사용이 검토되긴 했다.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프랑스군이 베트민에게 박살이 나고 있을 때, 1958년 당시 중공군이 대만 진먼다오(金門島)에 주둔하고 있던 대만군에 47만 발의 포탄을 쏘아댄 '진먼 포격전' 때다. 당시 미국 군부는 전술핵 사용을 건의했으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거부했다.

핵무기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 것은 특정 국가에 의한 '핵 독점'이 깨졌기 때문이다. 적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곧바로 핵 반격을 받는다. 이에 따른 공멸(共滅)의 두려움이 서로 핵을 사용하지 못하는 '공포의 균형'(ballance of terror)을 낳았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의 숨 가쁜 핵무기 개발 경쟁에도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주된 이유다.

공포의 균형은 강대국 간은 물론 약소국과 강대국 간의 균형도 낳는다. 이것이 재래식 전력과 핵무기의 근본적 차이다. 재래식 전력은 무기가 많고 위력이 클수록 우위에 선다. 하지만, 핵전력에서 이런 차이는 의미가 없다. 말하자면 2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가 100개를 가진 나라보다 2배 강하다는 산술적 비례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소국의 핵무기가 단 한 발만 명중해도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핵무기의 이런 특성은 위력이 낮은 핵무기도 공포의 균형을 가능케 한다. 프랑스의 핵무장론자들은 이를 예리하게 간파했다. 그들은 프랑스가 미국과 소련의 핵전력을 따라갈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드골의 핵무장 결정에 큰 영향을 준 전략이론가 피에르 갈루아는 이런 점을 분명히 했다. "두 나라가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때, 그들의 핵전력이 동등하지 않아도 현상 유지는 불가피하다…어떤 특정 조건에서 새로운 형태의 평등이 국가 간에 형성될 수 있다. 보안과 방어의 측면에서 그들은 더 이상 강대국과 약소국이 아니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 핵에 대처하기 위해 1991년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핵은 핵으로만 맞설 수 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당연한 소리이다. 문제는 이런 군의 입장이 청와대 내 대북 유화파들의 반대를 뚫고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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