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대구에게 부산의 존재란?

"대구와 부산, 이젠 이질감이 앞섭니다."

경상도를 대표하는 두 도시, 인천을 수도권이라고 논외로 친다면, 대구와 부산은 대한민국 제2, 제3의 대도시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대구는 247만9천여 명, 부산은 348만4천여 명이 살고 있다. 20년 가까이 인구가 정체되거나, 더 줄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는 경산'칠곡, 부산은 김해'양산 등을 베드타운 도시로 끼고 있다.

두 도시 사람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자존심도 센 곳이다. 대구의 도시 슬로건은 '컬러풀'(Colorful), 부산은 '다이내믹'(Dynamic)으로 역동적이고 활기찬 도시를 꿈꾸고 있다. 대구는 뮤지컬'오페라, 부산은 영화로 대표되는 문화예술도시이기도 하다. '경상도 기질'로 말하자면, 진득한 대구 머슴아와 화끈한 부산 사나이로 대표되기도 한다. 지역 토종 기업(건설, 은행, 언론, 주류, 스포츠 등)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는 공통점도 있다.

위에 언급한 얘기는 겉으로 보이는 두 도시의 동질성에 대한 비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구와 부산은 그동안 동질성을 보여왔던 정치 분야에서부터 너무 멀게 느껴진다.

부산은 노무현-문재인 라인이라면, 대구는 이명박-박근혜 라인이다. 올 장미 대선(5월)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부산은 문재인(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고, 대구는 홍준표(자유한국당)를 밀었다. 지난해 20대 총선(4월)에서도 대구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지지 성향을 보였지만, 부산은 대부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격전지였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주요 선거에서 영남권이 대체로 한 정당의 색채로 물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보수적인 성향의 한 대구 기업가는 최근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부산과 호남이 손을 맞잡은 정권"이라며 "앞으로 대구경북은 더욱 고립무원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젠 '영남 홀대론'이란 말도 엄밀하게 따지자면 틀린 말이다. 영남에서 'PK'는 빠지고 'TK 홀대론'이라고 얘기해야 한다.

지역 대형 프로젝트는 부산이 대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양보와 협력'보다는 '반목과 대립'의 관계라고 해야 맞다. 위천국가산업단지 무산, 삼성자동차 부산 이전, 낙동강 수변지역 개발 반대 등 부산 때문에 이루지 못한 사업들이 많다. 그래도 대구 사람들은 부산에 관대한 편이다. 대구공항이 있지만 동남아'중국 등으로 갈 때 노선과 항공편이 더 많은 김해국제공항을 이용하면서도 불편한 내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는 '신공항'으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대구는 영천 카드를 접으면서 영남 5개 광역시도가 다 이용하기 좋은 '밀양'을 주창했지만, 부산은 부산 밖으로는 안 된다며 '가덕도'만을 고집해 결국 백지화됐다. 박근혜 정권 당시 용역 결과 밀양이 가덕도보다는 조금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부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1천300만 명이 이용할 영남권 신공항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이제 두 도시는 정치적 성향도 한배를 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지역 이익을 위해서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부산이 오로지 자기 살길을 찾아간다면, 대구도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야 한다. 부산과의 경쟁과 갈등은 이제 과거 이야기다. 대구는 홀로 그리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산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의도 필요하다.

앞으로 대구의 정치적 위상은 예전만 하지 못할 것이다. 대내외 여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척박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손발은 물론 넋까지 놓고 있을 수 없다. 대구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지역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도시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이제는 부산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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