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稅폭탄 피하자" 수성구 아파트 증여 60%↑

정부 양도·보유세 인상 압박…"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절세" "증여세액 공제율 감소도 원인"

대구 수성구에 아파트 2채를 소유한 다주택자 A(60) 씨는 결혼을 앞둔 아들(30)에게 아파트 1채를 증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수년 전 은퇴 후 아파트에서 나오는 월세 수입으로 노후 생활을 하고 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쏟아지는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걱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많이 물리겠다고 공언한 데다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A씨는 "당장 여러 채 주택을 정리하기 어려운 베이비부머들에게 증여가 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차피 집을 계속 보유하면서 세금 폭탄을 맞기보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역대 최고 강도의 부동산 규제 대책을 쏟아내며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수성구 아파트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보유한 수성구 다주택자들은 당장 아파트를 처분하기보다 증여를 통해 세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 말까지 수성구 아파트 증여 거래건수는 463건으로 지난해 동기 290건보다 59.6%(173건) 급증했다. 3분기 말 기준으로는 지난 2008년 558건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증여는 집값이 하락할 때 증가한다. 그러나 올해 수성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9월 5일 투기과열지구 지정에도 오름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 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선 처분이 아니라 증여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의 수성구 아파트 경우 당장 처분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증여 급증의 또 다른 원인은 증여세 신고세액 공제율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법상 공제율은 10%였으나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올해 7%로 낮아졌고 내년과 2019년에는 5%, 3%로 또 줄어든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게다가 수성구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3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할 때 자금 조달과 입주계획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당분간 수성구 증여 거래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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