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연기됐지만, 포항 지역 수험생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험 당일 또다시 지진이 덮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는데다, 지진 트라우마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포항 지역 수험생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운을 북돋우는 방안으로는 미흡한 것 같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안정적 수능 시행을 위한 범부처 대응 방안을 발표했는데,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나 보완할 점도 여럿 눈에 띈다. 김 부총리가 시험 당일 포항에 대기하면서 현장 상황을 지휘하고, 수능일 입실 시간 전에 지진이 발생하면 즉시 시험장을 경산'영천의 예비 시험장으로 옮기는 방안 등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대책인 것으로 평가된다.
세부적인 대응 방안에는 다소 허점이 보인다. 정부는 수능 도중 지진이 발생하면 감독관 판단에 따라 '정상 진행' '일시 중단 후 책상 아래로 대피' '운동장으로 대피' 등 3단계로 나눠 대응하도록 했다. 지진 위력이 클 경우 순간적으로 감독관이 개별 판단을 내려야 해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마저 있다. 일부 시험장만 시험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피해 수험생에 대한 구제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구제 방안의 선례가 없다며 나중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둬야 수험생 및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험생들의 심리적'정신적 안정 대책이지만, 별다른 방안이나 배려가 없다. 포항 지역 수험생 6천98명은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집을 잃은 경우에는 엄청난 불안감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나 교육청, 학교 측은 그저 '힘내라'고만 할 뿐, 수험생 개인의 일로 여기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개별적인 상담과 치료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도, 모두 수능의 안정적인 진행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수험생들이 편안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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