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국회의원 25명 작년 입법 활동 실적

법안 발의 홍의락·입법 처리 추경호 '발군의 성적'

지난해 대구경북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 실적이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신문이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국회의원들은 모두 297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구 의원들은 1인당 평균 13.4건, 경북 의원들은 10.4건을 제출했다. 전국 평균(비례대표 포함)인 20건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표 참조)

또 지역 의원들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서 최종 처리될 때까지 추적'관리하는 정성도 부족했다. 2017년 국회의 법안처리율(처리 법안/발의 법안)은 19.81%를 기록했지만 대구 의원들의 평균 법안처리율은 13.4%에 불과했다. 경북 의원들의 처리율은 이보다 낮은 10.3%다.

이 같은 결과는 입법보다는 정무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중진들이 지역에 대거 포진한데다 국정 농단 사태가 정권 교체로 이어지는 등 정국이 뒤숭숭했던 터라 초'재선 의원들도 입법 활동에 집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지역 공천 과정에서 정책 역량보다는 계파 충성도를 기준으로 삼아온 '적폐'도 한몫했다. 의정활동 성과보다 '줄타기 실력'이 공천 여부를 결정해 온 탓에 입법 활동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 투입을 꺼리는 의원실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입법 작업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여서 단순하게 건수로만 성과를 측정하기는 힘들다"면서도 "같은 조건에서 특정지역 의원들의 성과가 현저하게 낮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 국회의원 …추경호 법안 처리율 83%, 홍의락 34건 발의해 최다, 김부겸·유승민 한 자릿수, 조원진 한 건도 발의 못해

대구 국회의원 중에서는 추경호 한국당 의원(달성)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띈다. 지난 한 해 법안 14건을 발의해 10건을 최종 반영했다. 철회한 2건을 합산하면 법안 처리율이 무려 83%에 달한다. 법안 발의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했고, 일단 발의한 법안은 끝까지 책임을 졌다. 발의한 법안은 대부분 세금과 관련한 내용이다. 추 의원은 등원 첫해인 2016년에도 6개월 동안 12건의 법안을 발의, 이 가운데 절반을 처리하는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북구을)은 지난해 34건을 발의, 대구경북을 통틀어 가장 많은 법안을 제출했다. 이 가운데 26건은 여당 의원이 된 뒤 발의했다. 또 주호영 한국당 의원(수성을)은 중앙당 당직(바른정당 원내대표)을 수행하면서도 27건을 발의하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

반면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를 주도해 온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달서병)는 대한애국당 창당과 단식 농성 등을 진행하느라 지난해 법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조 의원 측은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보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자릿수 법안을 발의한 김부겸 민주당 의원(수성갑)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동구을)는 나름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바 있고 정권 교체 이후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돼 입법 활동에 전력을 쏟을 수 없었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직접 대선 본선에 나서는 등 지난 한 해 누구보다 역동적인 1년을 보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꼼꼼한 입법 활동으로 양과 질 모두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는 초'재선 의원과 법안 발의 수는 적지만 정치력을 확장하며 거물로 성장해가는 중진 의원 가운데 누가 더 의정활동을 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초'재선 때 정책 분야에서 기초를 닦지 않은 의원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북, '법안 제조기' 박명재 의원 후속조치도 깔끔…최경환 의원 입법 활동 개점 휴업

한국당이 전 지역을 석권하고 있는 경북에선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의 활약이 돋보인다. 박 의원은 지난해 경북에서 가장 많은 19건의 법안을 대표발의, 5건을 최종 반영했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 등원 이후 모두 43건의 법안을 발의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한편 초선인 이만희 의원(영천'청도)은 마찬가지로 19건을 발의했지만 처리 건수가 1건에 그쳤다.

법안 처리율은 김광림 의원(안동)이 가장 높았다. 13건을 발의해 5건을 반영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두 차례나 역임하면서 입법의 맥을 제대로 짚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재 의원(포항북)과 이완영 의원(성주'고령'칠곡)도 경북 평균을 상회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경북 최다선인 4선의 최경환 의원(경산)은 지난해 1건의 법안을 발의하는 데 그쳤다. 당내에선 국정 농단 사태, 정권 교체를 거치는 동안 친박계 좌장 역할을 맡은 최 의원이 입법 활동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었을 것이라고 두둔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 지역 초선 의원들의 입법 활동 부진에 대해선 날 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싹쓸이 지역이라 초선 의원들이 국회의원 본연의 활동인 입법 활동보다 차기 공천권의 향배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공천 당시 한국당에서 1번으로 공천을 받은 장석춘 의원(구미을)은 지난해 6건, 대표적 친박계 의원인 백승주 의원(구미갑)은 8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경북에 한 석도 없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기 2년 차의 입법성적치고는 초라하다"면서도 "계파 수장이 탄핵을 당하고 당권 향배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입법 활동에 신경을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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