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스트 브랜드, 베스트 기업] 한국 최고 국수회사 '풍국면', "칼국수란 이름 첫 작명"

강수량 적고 더운 대구 날씨 해방 이후 국수 생산 최적지

1933년 설립된 (주)풍국면은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국수회사다.
1933년 설립된 (주)풍국면은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국수회사다. '풍국'이라는 브랜드로 대형 소매점과 대기업 식품회사에 납품하고 있다. 최익진 풍국면 대표이사.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브랜드는 곧 기업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대구에는 지방과 중소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는 브랜드가 많다. 성공한 브랜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사람과 자본이 몰리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또 원자재에서부터 중간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동반 성장하면서 부가가치 상승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지역을 넘어 전국, 해외 무대로 진출한 대구 베스트 브랜드, 베스트 기업을 소개한다.

대구경북 사람의 지극한 국수 사랑은 알려진 대로다. 끓는 물에 삶아 퍼뜩 건져낸 국수에 육수만 부으면 한 끼가 되는 국수. 성격 급한 경상도 사람에게 국수만 한 '소울푸드'가 있을까. 1933년 대구에서 설립된 ㈜풍국면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회사다. 84년째 국수 한길을 걸어 마침내 '풍국'이라는 브랜드로 일가를 일궜다. 지난달 29일 북구 노원동 풍국면 본사에서 최익진(56) 대표를 만났다. "해방 후 무상지원으로 풍부해진 밀가루가 국수가 됐죠. 비가 적고 무더운 대구 날씨가 국수 생산에는 최적이었고요."

풍국면이 태어난 대구는 국수의 메카였다. 별표, 곰표, 새농촌, 영양 등 50~60개 국수 브랜드가 1970년대까지 성업을 이뤘다. 자동건조기가 도입되기 전까지 전국 국수의 50% 이상이 대구에서 생산됐다고 한다. 풍국면은 해방 전 '환길국수'(丸吉, 마루기꾸 제면)에서 1950년대 이후 현재 이름으로 태어났다. 최 대표는 "풍국면은 1960년대 삼성 이병철 회장이 만든 별표국수의 거래처를 승계받을 만큼 신뢰를 받는 브랜드였다. 그 인연으로 지난해 3월 삼성 측에서 요청이 와 '풍국면 별표국수'를 개발하고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내에 국숫집을 개업했다"고 말했다.

풍국면이 현재 3공단 부지에 터를 잡은 때는 1972년. 최 대표의 부친인 최정수 대표(2015년 작고)는 1979년 자금난을 겪던 풍국면을 인수해 풍국면을 설립했다.

1990년대 들어 대기업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식품업에 본격 진출하면서 풍국면도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국수공장이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 MBA를 공부하고 대기업 증권맨으로 일하던 최 대표가 부친의 요청으로 가업을 이은 즈음이었다. 그는 1993년 풍국면 2대 대표이사를 맡은 후 부친과 20여 년을 함께했다. "'밀가루 좋은 거 써라' '땡 빚을 내더라도 직원 월급 제때 줘라' '경쟁은 큰 업체와 해라' 부친이 늘 강조하신 말씀이죠."

풍국면의 연간 매출은 120억원가량. 최 대표가 회사를 처음 맡았을 때보다 10배가량 늘었다. 최고 품질의 국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고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초기엔 운도 따라줬다. 1990년대 중반 들어 코스트코 등 대형소매점이 앞다퉈 들어서면서 신규 유통망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은 아낌없는 투자였다. 풍국면은 '최초' 타이틀을 많이 가진 국수회사다. '칼국수'라는 이름을 처음 작명했고, 우리밀국수, 쌀국수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2002~2003년, 한 해 매출에 해당하는 약 4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 스테인리스 건조장 등 자동화 공정 설비를 갖췄다. 2011년에는 건면 업계 최초로 진공반죽기를 도입, 풍국면만의 쫄깃함을 만들어냈다. 일본에서도 공장 견학을 올 정도로 설비가 우수하다.

풍국면은 CJ 전용 밀가루와 소금, 물만 사용한다. 일절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이렇게 개발한 풍국면은 2013년 CJ의 '백설 제일제면소'로 탄생했다. 샘표식품, 대한제분 등 식품회사와 식자재 회사에도 제품을 공급한다. 풍국면 공장은 24시간 가동된다. 하루 18~20t의 밀가루를 반죽한다. 밀가루가 국수로 탄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7시간. 한 해 평균 6천500만 명분(끼)의 국수가 생산된다.

최 대표는 "제게 국수는 정직이다. 소비자와 약속을 지키는 정직한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