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슈가맨2' 첫방송 시청률 5% 기염

추억팔이 식상해? 세대 소통 상큼해!

원년멤버 그대로 다시 뭉친 영턱스클럽(위)과 대표 곡
원년멤버 그대로 다시 뭉친 영턱스클럽(위)과 대표 곡 '정'을 새롭게 해석한 걸그룹 '구구단'.
198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솔로 가수 이지연(위)과 후배 가수
198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솔로 가수 이지연(위)과 후배 가수 '뉴이스트W'.
JTBC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 진행자들. 왼쪽부터 유재석, 박나래, 조이, 유희열.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가 론칭과 동시에 높은 시청률에 화제성까지 과시하며 '추억 향유' 소재 활용의 선례를 남겼다. 1990년대 인기그룹 영턱스클럽 멤버 전원을 한자리에 모아 데뷔 앨범의 히트곡을 부르게 하고 '바람아 멈추어다오'의 가수 이지연까지 소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8090세대의 감성을 건드리는 콘텐츠가 대중문화계를 거세게 흔들어놓고 갔으며, MBC '무한도전-토토가'까지 화제몰이를 하고 사라진 뒤다. '슈가맨'은 이미 '추억 향유' 아이템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말이 나오던 2015년 하반기에 우려의 시선을 받으며 시즌 1을 내놓고 호응을 끌어냈다. 시즌 1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시즌 2를 내놓고 완성도와 재미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식상한 재료를 써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슈가맨2' 풍성한 볼거리로 시청자 만족도 높여

지난 14일(일) 오후 10시 30분에 첫 방송된 '슈가맨2'는 5%(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지상파 예능의 첫 회 방송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우수한 성적이다.

'슈가맨2'는 시즌 1의 포맷을 바탕으로 하되 만듦새를 업그레이드해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부응했다. 유재석과 유희열이 이끄는 2MC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기본적인 경쟁력을 유지했으며, 여기에 보조 MC로 개그우먼 박나래와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조이를 투입해 활력을 줬다. 개그우먼 박나래의 예능감은 물론이고 조이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제 몫을 다했다.

방송의 하이라이트인 옛 인기 가수 '슈가맨'으로 출연한 이는 이지연과 그룹 영턱스클럽이었다. 이지연은 1980년대 말 고등학생 신분으로 데뷔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솔로가수다.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바람아 멈추어다오' '러브 포 나잇' '난 사랑을 아직 몰라' 등 히트곡을 내놓으며 당시 하이틴 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다. 먼저 데뷔한 댄스가수 김완선의 아성을 위협했고, 발라드를 부를 때는 양수경의 자리를 흔드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슈가맨'에서도 히트곡 퍼레이드를 펼치며 여전한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두 번째 슈가맨으로 나선 영턱스클럽은 '정' '타인' '못난이 콤플렉스' 등 히트곡을 댄스와 함께 소화하며 과거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특히 영턱스클럽 원년멤버 5인이 고스란히 모여 데뷔 앨범의 인기곡 무대를 재연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히트곡을 부른 원곡 가수들의 근황을 듣고 과거 무대를 재연하는 과정이 '슈가맨'의 하이라이트라면, '쇼맨'이라 부르는 후배들이 꾸미는 원곡 재해석 코너는 이 프로그램의 알찬 디저트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걸그룹 구구단이 꽉 짜인 안무와 함께 영턱스클럽의 '정'을 새로운 느낌으로 해석했고, 그룹 뉴이스트W가 '바람이 멈추어다오'를 세련미 더한 편곡으로 선보였다.

◆'슈가맨' 통해 소환된 가수에 8090 팬심 술렁

앞서 '슈가맨' 시즌 1을 통해 소환된 가수는 개인과 그룹을 통틀어 무려 80여 팀에 달한다. '아라비안나이트'의 김준선, '풍요 속의 빈곤' 김부용, '너 하나만을 위해' 구본승, '아마도 그건' 최용준, '사랑일 뿐이야'를 부른 김민우, '가질 수 없는 너'의 뱅크, '소원'과 '헤븐'을 불러 큰 인기를 얻었던 김현성, '난 멈추지 않는다'를 부르며 데뷔해 가요계를 휩쓸었던 그룹 잼 등 왕년의 히트곡 가수들이 '슈가맨'을 통해 오랜만에 팬들과 만났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중 인기를 되찾고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을 보인 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1회 출연만으로 그 화제성이 지속되지 못했다. 동창회에서 친구들을 만나듯 열심히 준비해 팬들과 재회하고 그 노력에 팬들이 화답한 것이 사실 전부다. 하지만, 출연한 가수들이 다시 인기를 되찾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슈가맨' 출연의 의미를 폄훼할 수는 없다. 가수들은 오랜만의 방송 출연 제안을 받아들여 팬들 앞에 전성기 시절을 재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주름진 얼굴은 물론이고 전과 달리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10여 년의 세월을 거스르며 과감히 대중 앞에 나설 용기를 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댄스그룹의 경우 흩어진 멤버들을 모으고 삐걱거리는 관절을 움직여 왕년의 포인트 안무까지 소화해야 하니 쉽게 마음먹을 일은 아니다.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제2의 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슈가맨'에 나온 가수들은 8090세대들이 충분히 열광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추억팔이'도 경쟁력 확보만 되면 오케이

'추억 향유' 소재 콘텐츠의 경쟁력이 증명된 후 퀄리티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트렌드에 맞춰 같은 길을 따라오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소재는 식상해지고 '추억을 향유한다'는 말은 '추억팔이'라는 표현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추억팔이 예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의 발생은 결국 해당 콘텐츠의 완성도 문제와 부합된다. 치열한 준비 과정과 후반 작업을 배제하고 단순히 몇몇 추억의 인기스타를 섭외하는 데에만 열을 올려 조악한 내용을 선보이니 외면받는 게 당연하다. 콘텐츠의 성격상 희소가치가 뚜렷한 출연자 섭외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겠지만 그러면서도 탄탄한 포맷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결국 완성도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앞서 '무한도전'은 '토토가'를 진행하며 1세대 걸그룹 SES 멤버 전원을 끌어내 팀 재결성의 토대를 마련해줬다. 이어 후속 기획으로 젝스키스의 재결성 과정을 보여줘 대중의 열띤 반응을 얻어냈다. 1차적으로 섭외에 공을 들인 결과지만 출연에 협의한 가수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에 대중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

'슈가맨' 역시 스튜디오 예능을 표방하며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치의 재미를 짜낼 수 있도록 포맷의 견고함을 다지는 데 충실하고 있다. 힘들게 불러낸 옛 가수들의 노래와 근황을 듣고 젊은 후배들의 리메이크 무대를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국내 최상급 MC들과 보조 MC들의 토크, 또 현장을 찾은 각 세대별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살핀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통해 세대와 세대의 소통을 꾀한다. 추억을 팔되 시절에 어울리는 상품으로 재가공해 판매하니 소비자들도 구미가 당길 수밖에. 치열한 준비 과정을 통해 확보된 포맷에 섭외 능력을 더해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케이스다. '화제가 될 만한 슈가맨'이 끊임없이 공급돼야 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어쨌든 요소요소에 재미요소를 두루 배치하며 섬세하게 다듬어낸 프로그램을 두고 '추억팔이'에 불과하다며 비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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