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 옆 언론사 부스에 있으면 말끔한 차림의 인사들이 명함을 건네며 악수를 청해 오는 일이 잦다. 대부분 6'13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한 인사들로, 신고식을 겸해 얼굴이라도 알리고자 한 방문이다. 돈 안 들고, 약간의 발품만 팔면 전국 언론사를 한 번에 방문(?)하는 격이니 가성비 최고다.
엊그제는 충청권 한 자치단체장이 매일신문 부스를 다녀갔다. 일면식도 없고, 충청권까지 살필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 테지만 그는 명함을 주며 씩씩하게 인사하고 갔다. 물론 부스를 다녀간 인사들의 명함은 휴대전화에 메모되지 못한 채 책상 위에 쌓여 있다.
주목할 것은 이들 상당수가 더불어민주당 당적자, 또는 여권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 나설 '선수'들이 많아 고민이라는 민주당 상황을 국회 기자실 한쪽에서 이렇게나마 실감하고 있다.
웅성거리는 민주당과 달리 자유한국당은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장(場)이 섰는데도 찾는 손님이 없다. 이유는 살 만한 것도 볼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당 대표가 능력 있는 '장수'를 모집하러 나섰으나 반응은 신통찮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8일부터 신년인사회를 여는 전국 시'도당을 돌며 지방선거에 나설 인재 찾기를 하고 있으나 아직은 소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당 대표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 완장을 차고 "이번 선거야말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외치는데도 말이다.
당권을 쥔 이후 홍 대표는 줄곧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한국당의 인재 영입 실적은 현재까지 제로다. 최근에는 점찍어 뒀던 외부 인사가 출마 뜻이 없음을 알려오고, 당내에서는 국회의원이 손사래를 치니 홍 대표는 속으로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이 없다고 곱씹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지방선거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스스로 체면 걸기에만 바쁘다. 각종 여론조사는 아직 한국당이 미덥지 못하다 가리키고 있으나 홍 대표는 "민심은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다. 대구경북은 지지세가 거의 회복됐고 수도권도 머지않아 한국당으로 기울 것이라고 말한다.
홍 대표 말대로 민심이 여론조사 수치로 100% 대변된다 볼 수 없으나 잇따른 인재 영입 실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영입 제안에 손사래 친 그들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민심을 읽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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