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멕시코 문화 샅샅이 조사
5代 걸친 끈끈한 가족이야기 탄생
엔딩 전 주제가 극장 안 눈물바다
*해시태그 :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 #저승 #주제곡
#리멤버미 #손수건준비
*명대사 : 'Remember me~'
줄거리: 멕시코에 사는 소년 미구엘(안토니 곤잘레스)은 전설적인 뮤지션인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벤자민 브랫) 같은 뮤지션이 되길 꿈꾼다. 그러나 미구엘의 가족들에게 음악은 금기다.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린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 몰래 페스티벌에 가서 뮤지션의 꿈을 이루려던 미구엘은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와 함께 상상조차 못했던 모험을 시작하게 되고, '죽은 자들의 세상'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미구엘은 저승에서 소중한 의미를 배우게 되는데….
따뜻하고 유쾌하다가 끝내는 눈물이 차오른다. 주제가 'REMEMBER ME'가 흘러나오자 극장 여기저기서 훌쩍대기 시작한다. 손수건 지참은 필수다. 흥미로운 것은 애니메이션 '코코'를 본 후 재미있다고 하는 이는 아이들이요,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는 어른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시즌 영화계 대세는 저승. 현재 1천3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부터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코코'까지 사후 세계를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두 영화는 저승에서 깨닫게 되는 끈끈한 가족애를 주제로 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그러나 '신과 함께-죄와 벌'의 한국형 저승이 엄숙한 심판의 공간이라면 '코코'의 멕시코형 저승은 흥과 온기가 넘치는 일종의 축제 같은 분위기로 사뭇 다르다.
어쩌다가 '코코'는 저승을 여행하게 되었을까. 엄격히 말하자면 저승을 여행하는 건 코코가 아닌 미구엘이다. 코코는 미구엘의 증조할머니로 영화의 초반과 종반에만 잠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제목이 '미구엘'이 아닌 '코코'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를 나의 어머니께 바칩니다' 혹은 '이 영화를 나의 딸에게 바칩니다' 하는 문구처럼 화자는 '나'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증조할머니인 코코를 향해 있다. 증조할머니 코코까지 함께 사는 미구엘의 가족은 전형적인 멕시코 대가족이다. 미구엘은 5대째 구두를 만들어온 장인 집안의 아들이지만 정작 가업에는 관심이 없고 뮤지션이 되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음악은 집안의 엄격한 금기 사항이다.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미구엘의 외고조부 때문이다. 갖은 반대에도 미구엘은 뮤지션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동경하는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처럼 노래할 날을 꿈꾸며 그의 명언 'Seize the moment'(기회를 잡아라)를 가슴에 새긴다.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이 되자 미구엘은 경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대는데 그 순간 죽은 자들의 세상, 즉 저승으로 빠지게 된다. '코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으로 이승이 아닌 저승에 있다.
멕시코의 저승은 멕시코인들의 민족성처럼 낙천적이고 흥겹다. 말만 '죽은 자들의 세상'이지 무거운 어감과는 달리 밝고 화려한 곳이다.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마리골드 꽃길을 따라 건너면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수직으로 뻗은 도시가 드러나는데 이는 멕시코 민속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뛰어난 시각적 상상력을 결합한 픽사의 전매특허 기획력이라 볼 수 있다. 제작진은 '코코'의 배경인 멕시코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3년에 걸쳐 멕시코 전역의 박물관, 시장, 광장, 교회, 묘지 등 다양한 지역을 리서치했다. 그리고 지역 주민을 만나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즐겨 듣는 음악, 일상생활과 전통에 대해 인터뷰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제작진은 멕시코인들의 깊은 가족애에 주목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 멕시코에도 제사 문화가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 망자들의 영정을 제단에 모시고 저승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꽃을 뿌리는 행위 등은 우리의 명절과도 많이 닮아 있다. 리 언크리치 감독은 바로 이 명절 '죽은 자들의 날'에 착안하여 모티브를 얻는다. 그리하여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무려 5세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를 능숙하고도 깊게 다루는 데 성공한다. "'코코'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과거를 축하하는 이야기다. 지금의 우리와 이전 세대를 이어주는 유대를 탐구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이며 리 언크리치 감독은 '코코'를 탄생시킨 계기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찬란하고 온기 넘치는 사후세계에도 비극은 존재한다. 바로 죽음 너머로 소멸하게 되는 '잊혀짐'이다. 지상에서 자신을 기억해주는 이가 없어지면 잊혀진 존재가 되어 유골은 먼지가 되어 공기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마치 마리 로랑생의 시 '잊혀진 여인'에서, 죽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이란 구절처럼 잊혀진 영혼들은 구슬프다. 누가 죽은 자를 기억해주는가. 그리고 어떻게 기억되는가. 그 '기억'은 코코의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적인 메시지다.
'코코'를 기억하게 만드는 8할은 주제곡인 'Remember me'의 몫이리라. 주제곡은 극의 초반부터 여러 번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말미에는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감정 증폭제가 된다. 처음엔 그저 멕시코 민요인 듯 가요인 듯 들리더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내 나의 사적인 기억을 건드리는 매개체가 되었다. 픽사의 전작 애니메이션 '업' 초반 10분에 영화의 모든 에센스가 있다면 '코코'는 후반 10분에 있다. 엔딩에서 미구엘이 치매에 걸린 코코에게 'Remember me'를 불러주는 장면부터 엔딩 크레딧까지는 영화사에 길이 기억될 감동의 시퀀스다. '코코'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마이클 지아치노는 블록버스터 OST부터 비디오 게임,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그는 흉내가 아닌 진짜 멕시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기타론, 민속 하프, 키하다, 마림바, 수자폰 등 음악을 사랑하는 나라 멕시코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낼 수 있는 악기를 사용해 사운드트랙을 완성했다. 주인공 미구엘의 목소리 연기는 신예 아역 배우 '안소니 곤잘레스'가 맡았다. 오디션을 보던 당시 10살이었던 안소니는 연기 오디션이었지만 무반주로 즉석에서 노래를 불러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제작진을 감동시켰다. 역대 애니메이션 중 음악적인 요소가 가장 많은 '코코'는 단연 수준 높은 주제곡으로 한동안 많은 감상자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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