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공존', '상생'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이 말은 항공레저스포츠인 패러글라이딩에서도 적용된다. 패러글라이딩은 동력이 없는 기껏 천 쪼가리에 불과한 날개를 가지고 상승기류를 탐색해가며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 게임을 펼친다.
여기서 인간은 거대한 자연 앞에 그저 작은 존재일 뿐이다. 파일럿들은 수십 년의 비행 경험을 가지고 어디서 바람이 불어오는지, 어느 쪽의 땅이 먼저 데워질지, 기류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과학적으로 추측하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계산과 경험치일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을 탐색하는 데에 '완벽'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어느 곳의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몸으로 부딪쳐 봐야 아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파일럿들은 여럿이 함께 레이싱을 펼치며 각자 흩어져 여기저기 기류를 탐색한다. 직접 부딪쳐 얻는 현장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방식이다. 한쪽에 열기류가 탐지되면 곧장 그곳으로 모여들어 다음 목적지를 향해 함께 일보 전진한다. 혼자 일등 해보겠다고 일찌감치 치고 나가며 과욕을 부리다가 충분치 않은 정보로 인해 낙오되는 일도 흔히 벌어진다. 조금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경쟁자라 할지라도 손잡고 함께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최근 최저임금 논란이 뜨겁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아르바이트생들의 일자리가 줄며 고용 불안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자. 과연 누구를 위해 저임금을 유지해야 하는가? 그 수혜를 가져가는 것은 누구인가?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다는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편의점을 살펴보자. '빅4'가 잠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24시간 편의점 업계의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이른다고 한다. 그 단맛은 대기업의 몫이었다. 반면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3%도 채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본사의 무분별한 출점 경쟁과 각종 불공정 거래로 손실을 보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자영업자의 눈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 더구나 한 개인을 중심으로 본다면 그 저임금에 시달리는 누군가는 내 자녀나 형제자매, 이웃일 수도 있다. 빈곤에 허덕이며 인간답지 못한 생활을 해야 하는 그 누군가가 먼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때 "기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도 살아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했다. 다들 조금 희생하면 더 큰 밝은 미래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기업은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혈안이 됐을 뿐, 고용도, 투자도 증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용의 질을 하락시켜가며 이윤을 쥐어짜는데만 골몰했을 뿐이다. 낮은 임금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속 빈곤한 삶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저임금을 견디며 참고 산 결과는 더욱 허망하다. 쥐꼬리만한 월급이라도 아쉬워 버티고 버틴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10년 사이 '88만원'보다도 더 비참한 '77만원 세대'라는 암담한 현실이다.
경제는 인체의 혈액 흐름과 같이 순환을 통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임금이 낮으면 소비 여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기업이 제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고 생산에 열을 올려봤자 이를 소비할 이들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직원들은 모두 허리띠 졸라매고 가난에 허덕이며 소비는 얼어붙는데, 부유한 회사가 존재한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저임금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늘어난 가계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고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한 내수를 살찌워야 튼튼한 성장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답은 '공존'과 '상생'에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