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각 고등학교에서는 2018학년도 수시를 마무리하면서 수시 진학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상위권 대학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단위학교의 우수한 교육 활동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되짚어 볼 것이다. 진학 성과의 기쁨은 잠깐이고 아픔은 오래간다. 교사는 추천서의 부족함이나 학생 지도의 소홀함으로 불합격한 것이 아닌지 고뇌한다. 학종은 교사의 더 많은 헌신과 열정을 요구한다. 입시제도로서 학종은 노력에 비해 아픔이 크다. 비록 진학 성과의 금자탑을 쌓아 올린 학교라 하더라도 그간 교사의 열정과 헌신을 잘 알기는 쉽지 않다.
우리 학교는 같은 반에서 서울대 3명, 의대, 수도권 상위 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하였다. 이 반의 담임인 선배 교사의 경의적인 진학지도를 시계열적으로 반추(反芻)해 봄으로써 학종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매년 2월 중순이 되면 3학년 학생들은 새로운 반편성 체제로 수업에 임하게 된다. 이때 선배 교사는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 희망, 특성 및 가정환경을 세세히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의 교육 활동과 연계하여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분석하고, 특히 학종 준비와 관련하여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 맞춤형 진학지도를 한다.
선배 교사의 수업은 언제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열정적이다.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발표하도록 하고, 수업활동을 체계적으로 관찰하여 세부능력특기사항에 꼼꼼히 기록한다.
5월 초 1학기 중간고사 직후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쓰도록 한다. 학생들 스스로 부족한 부분과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무엇인지 깨닫고 충족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 자신의 강점, 약점, 기회와 위험을 충분히 파악하게 한다. 자소서 4개 항목을 4단 책꽂이에 비유하면서 그간의 교육활동을 적절하게 분류한 후 작성하도록 코칭한다. 훌륭한 자소서는 학생의 진로희망을 바탕으로 4개 항목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마치 살아 있는 한 마리 물고기와 같이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 전까지는 수시전형에 제출할 정도의 완성도 높은 자소서를 쓰도록 지도한다.
방학 때는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기 위해 학력 향상에 올인하게 한다. 특히 상위권 대학 지원자 중에는 최저등급 미충족으로 불합격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이 확대되면서 많은 학교에서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동인(動因)이 떨어지는데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이때 선배 교사의 당근과 채찍을 겸한 학급경영 노하우가 빛을 발한다. 여름방학 때 다른 학급에 비해 많은 학생들이 수능 준비에 매진한다. 올해 선배 교사의 입시 전략이 주효(奏效)해서 많은 학생들이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했고, 서울대 지역균형에 지원한 학생들도 최저등급을 충족하여 모두 합격했다.
2학기 개학을 하면 수능원서 작성, 수시상담, 자소서 코칭, 추천서 작성으로 매우 바쁘다. 선배 교사는 여름방학과 주말을 반납하면서까지 학생들의 특성과 학업 역량이 잘 드러나는 추천서를 쓰려고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 바쁜 와중에 많이 부족해 보이는 학생들이 갑작스레 추천서를 부탁해도 선배 교사는 진로희망을 고려한 학생 중심으로 수시 지원전략을 수립한다.
수능시험 후 최저 미충족에 대한 불안감은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격려와 다독거림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지도한다. 수험생의 학생부를 철저히 분석하고, 대학별 면접'구술고사 경향을 철저히 분석한다. 학교에서 여러 번 모의 면접을 실시하였으며, 서울대 일반전형을 준비하면서 수학교사가 문제를 출제하여 변화된 입시 경향에 철저히 대비하였다.
아마도 많은 학교에서 이와 유사한 학종 준비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배 교사의 학생에 대한 헌신적 사랑과 열정은 남달랐다. 학종은 분명 교사에게 더 많은 교육적 노력을 요구한다. 교사의 노력에 비해 진학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2018학년도 수시를 마무리하면서 모든 교사가 헨리 반 다크의 '무명교사 예찬'을 다시 한 번 새겨보며 희망찬 새해를 맞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