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온이 영하 9℃까지 떨어진 지난 10일. 본지 기자는 대구 성서경찰서 신당지구대(지구대장 안재기 경감)에서 경찰관과 함께 12시간 야간 순찰 체험을 했다. 이날 야간 근무는 4팀 경찰관 12명이 맡았다. 신당지구대는 순찰차 4대를 운영하며 신당, 호산, 호림, 갈산동을 관할한다. 순찰차는 2인 1조로 탑승해 2시간씩 순찰하고 교대로 지구대 내근을 한다. 야간에는 술 시비, 자살 소동, 교통사고, 가정폭력 등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야간 근무 경찰관들은 오후 8시 30분에 회의 후 총기'사건 인수인계와 순찰차 점검을 마치고 9시부터 본격 순찰 활동에 돌입한다. 야간 치안을 위해 추위와 싸우며 뛰고 있는 경찰관들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밤 9~11시
기름값 시비 붙은 시민…오토바이와 車 충돌사고 수습
신당2호 순찰차(박동수, 이승동 경사)=신당2호차는 주공아파트 1'2'3동, 신당동 일부, 성서산단 갈산동이 순찰 지역이다. 주공아파트 일대를 돌고 난 후 산단지역을 순찰했다. 퇴근한 산단 거리는 적막했다. 경찰은 담뱃불 등에 의한 화재 여부를 집중 살펴봤다. 다음은 계명대 로데오거리로 왔다.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날씨가 추워 조용한 분위기다. 거리에 있는 무인택배함, 도시철도 계명대역사도 순찰했다. 대학로에서는 도보순찰을 했다. 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리다. 식당 이곳저곳에 술을 마시는 손님이 보인다. 순찰 도중 무전 출동이 떨어졌다. 신당동 한 원룸 앞으로 출동했다. 기름값 100만원을 안 줘 젊은이와 아저씨가 싸움 직전이다. 경찰관은 자초지종을 묻고 20여 분 만에 화해시키고 돌려보냈다. 이번에는 계명대역 6번 출구 앞에서 승용차'오토바이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밀감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다. 경찰은 사고난 차로를 막고 2차 사고에 대비했다. 다행히 오토바이를 운전한 아주머니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아 119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밤 11~새벽 1시
가정불화 맨발로 뛰쳐나온 여성 임시숙소 보호조치
이곡순찰차(박민장 경사, 박종우 순경)=쇼핑월드 일대가 주 순찰 지역이다. 유흥가가 많고 술값 시비, 주취자 싸움 등이 잦다. 11시 26분쯤 미성년자가 가요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순찰차는 즉각 출동했다. 신고된 이 여성은 신분 확인 결과 미성년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돌려보냈다. 주택가를 돌고 있던 순찰차는 0시 10분쯤 가정불화로 맨발로 뛰쳐나온 여성이 성서파출소에 있다는 무전을 받았다. 순찰차는 이 여성을 신당지구대로 데려왔다. 중년인 여성은 얼마나 다급했는지 맨발이다. 여성은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가스밸브를 틀고 자해하겠다는 폭언에 무서워 뛰쳐나왔다고 했다. 경찰과 함께 남편이 사는 집에 찾아갔다. 남편은 집 나간 아내가 걱정인지 아파트 현관 밖에 나와 있었다. 경찰은 남편을 설득해 안정시키고 집에서 기다려달라고 하고 지구대로 돌아왔다. 여성은 남편이 무서워 오늘 밤은 집에 안 들어가려 했다. 경찰은 임시숙소에 여성을 보호조치했다.
◆새벽 1시~3tl
작년에 여장 발바리 검거 女화장실 일일이 확인
신당3호 순찰차(신승일 경위, 김우성 경장)=호림동, 호산동 일대가 순찰 지역이다. 모다아울렛 일대는 유흥가, 숙박업소가 많아 술값 시비, 폭력이 잦은 곳이다. 외국인 운영 나이트클럽도 있다. 외국인들이 몰려다녀 폭력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순찰차는 모다아울렛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경찰은 편의점 등을 중점 순찰했다. 혹시 있을 강도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계명대 앞 원룸촌으로 갔다. 성서산단에 다니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순찰차는 어둠이 깊은 원룸촌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별다른 일 없이 평온하다. 강창공원은 도보순찰을 했다. 쌀쌀한 날씨에 인적은 없다. 작년 여름에 발바리가 자주 나타났던 지역이다. 발바리 공포심으로 여성들의 신고가 잦다. 경찰은 작년에 여장 발바리 2명을 검거하는 실적도 올렸다. 공원 여성 화장실에는 비상벨도 설치돼 있다. 화장실 문을 일일이 열어 확인했다. 심야시간에는 달구벌대로, 강변대로를 중심으로 교통사고도 잦다.
◆새벽 3~5시
식당 취객 귀가시키고, 컵라면 야식으로 몸 녹여
지구대 내근=새벽시간 지구대는 가장 바쁜 시간대다. 새벽까지 영업하는 업소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다. 술값 시비, 주취자 싸움 등이 빈번하다. 오전 4시 컴퓨터에 "띵동" 하는 소리가 울렸다. 내근 경찰관들이 모니터에 모였다. 신당동 식당에서 112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술 취한 여성이 집에 가지 않고 있다는 것. 팀장은 즉시 순찰차에 무전을 쳐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한참 시간이 흐르자 신당2호 순찰차가 지구대에 돌아왔다. 부모 연락처를 알아내 이 여성을 안전하게 인계했다고 보고했다. 조금 있다가 30대 젊은이가 지구대로 황급히 들어왔다. 날씨가 추워 차량 배터리가 방전돼 점프선을 빌려달라는 것. 지구대는 차량 위치를 확인하고 순찰 중인 순찰차에 점프선 지원을 지시했다. 4시 24분쯤 호산동 상가 내에서 남자 1명이 요금 시비를 하고 있다는 신고다. 신당3호 순찰차가 출동해 요금지불 조치를 취하고 손님을 귀가시켰다. 야식으로 컵라면을 먹었다. 추위에 떤 몸이 조금 누그러졌다.
◆새벽 5~아침 7시
학생'외국인 근로자 주거지역 멧돼지 주시
신당1호 순찰차(육순동 경위, 이상명 순경)=와룡산 자락 대구외고 일대 주거지역 순찰이다. 학생과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산다. 가정폭력과 주취자 신고가 잦다. 순찰차는 비탈길을 따라 골목골목 돌았다. 골목에 주취자가 없는지 유심히 살폈다. 길가에 열린 대문이 보였다. 경찰은 대문 안쪽을 살피더니 별다른 일이 없자 대문을 닫아주었다. 청소차량이 전조등을 밝힌 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이곳은 와룡산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 며칠 전에도 경찰이 출동해 호루라기를 불어 어미 멧돼지를 산으로 쫓았다고 한다. 와룡시장 안에서 도보순찰했다. 대부분 가게는 불이 꺼져 있다. 두부가게만 불이 켜져 있다. 가게 주인이 두부를 만들고 있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와룡시장은 자체 경비가 없어 자주 순찰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전 5시 50분쯤 순찰차 무전기가 요란했다. 아파트 주차 차량을 다른 차가 들이받고 도주했다는 신고다. 경찰은 현장 목격자와 주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도주 차량 번호를 확인한 경찰은 가해 운전자를 찾아 상호 보험처리로 합의종결지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또래女 성매매 시키고, 가혹행위한 10대들…피해자는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