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년 느티나무' 이대로 죽어가나

대구 최고령 노거수 생육 터 넓히기 실패

22일 오후 대구 북구 연경동 공공주택지구 공사장에 있는 느티나무. 수령 1천 년이 넘는 이 나무는 생육환경 조성을 위한 추가 부지 확보가 안 돼 고사 위기에 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2일 오후 대구 북구 연경동 공공주택지구 공사장에 있는 느티나무. 수령 1천 년이 넘는 이 나무는 생육환경 조성을 위한 추가 부지 확보가 안 돼 고사 위기에 처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북구 연경동 공공주택지구에 자리 잡은 '천년 느티나무'(본지 2017년 6월 20일 자 2면 보도)의 보호 대책이 여전히 미흡해 고사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시행사와 북구청이 생육환경 개선을 위한 부지를 추가 확보하려 했지만 주변이 학교터로 계획된 탓에 조정에 실패했기 때문.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높이 17m, 나무 둘레 6.8m)는 대구시가 관리하는 노거수(老巨樹) 304그루 가운데 유일하게 수령이 1천 년을 넘은 나무다. 애초 나무 앞에 포장도로가 들어서면 성토 과정에서 주변 땅 높이가 높아지고, 배수환경이 나빠져 생육환경 개선을 위해 추가 터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터 확보에 나섰지만 노거수 주변이 고등학교로 계획돼 있는 게 발목을 잡았다. LH 관계자는 "현재 가로 34.5m×세로 18.4m인 터를 가로 46.6m×세로 30.8m로 확대하려 했지만 대구시교육청이 난색을 표하면서 무산됐다"며 "보호수 공간을 추가 확보하면 운동장을 정사각형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게 이유"라고 말했다.

따라서 대구시교육청이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시교육청은 학교 건물과 운동장 위치 변경 등은 물론 운동장의 최소 면적조차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교육청은 각급 학교를 전수조사해 보호수 184그루를 지정한 바 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나무는 종로초교에 자리 잡은 400년 수령의 회화나무였다.

전문가들은 벽에 부닥친 나무 터 확보 문제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화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는 "노거수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노인으로 한번 생육상태가 나빠지면 회복이 어려운 게 특징"이라며 "지하수는 물길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 기존환경을 유지하면서 배수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푸른대구가꾸기 시민모임 이사는 "지난 2002년에도 수성구의 한 아파트 건설 공사 과정에서 200년령 종가시나무를 살리려고 정성을 쏟았지만 4년 만에 고사했다"면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노거수의 가치를 무시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체육활동 편의도 고려해야 했기에 LH에 대체부지 확보를 요청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추가 터 확보가 어려워도 전문가 자문을 통해 주어진 터 안에서 환경을 적절히 유지하고, 고사 가지 제거 등 관련 조치를 충실히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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