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출 줄었다고 잘려, 실업급여로 버틴다"

22일 대구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신청 창구 앞에 마련된 구인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2일 대구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신청 창구 앞에 마련된 구인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2일 오후 2시쯤 대구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이하 센터) 실업급여 접수 창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고자 몰려들었다. 이날 센터를 찾은 이들 대부분은 제조업체에서 일용직이나 임시직 근로자로 일하다 최근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탓에 직장을 나오게 된 사람들이었다.

창구 앞 대기석에 앉은 이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본인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고, 초조함을 이기지 못한 몇몇은 한쪽 벽에 설치된 구인 게시판을 하염없이 들여다봤다.

3개월째 실직 상태라는 정모(50) 씨는 "일자리가 급해 구인 게시판을 꼼꼼히 봤지만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곳뿐"이라며 "경기가 어려워서 괜찮은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업체 몇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 실업자 늘어

대구지역 실업자가 크게 늘면서 일자리를 잃고 생계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용복지플러스센터센터를 찾아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3천535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8% 늘었다.

실업자가 늘면서 구직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 취업정보 사이트인 워크넷에선 구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워크넷 이용자의 일자리 경쟁배수는 지난해 12월 3.12배로, 2016년 12월 1.90배보다 크게 올랐다. 일자리 하나를 갖고 경쟁하는 구직자가 2명이 되지 않던 것이 1년 새 3명 이상으로 오른 셈이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이달부터는 연말에 정년퇴직하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돼 직장을 잃게 된 사람들이 센터를 찾는 만큼 신청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무료로 부당해고나 실업급여 수급 문제를 상담해 주는 노동상담소에도 방문자가 많이 늘었다. 달서구의 한 상담소 경우 방문하는 노동자가 지난해 초와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대부분이 부당해고, 실업급여 수급 문제를 겪는 실업자들이었다. 해당 상담소 관계자는 "일자리를 잃고 찾아온 사람 대부분이 지역 공단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일용직이나 계약직이었다. 업체 측에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업자 대부분이 계약직'임시직 근로자에 집중돼

문제는 대구에 불어닥친 감원 바람이 계약직'임시직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 지역 실업자 4만8천 명 중 임시직 근로자가 4만2천 명, 일용직 근로자가 3천 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성서산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다 계약이 만료된 이모(44'여) 씨는 "계약직으로 3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회사 측은 계약직 전원에게 연장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새 직장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왔는데 한동안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인건비부터 줄이는 업계 행태에 부당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서산단의 한 공장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하던 이모(54) 씨는 "매출이 조금 줄었다고 해서 우선 사람부터 자르고 보는 업체들이 많다. 공장에서 단순작업만 하는 사람의 임금이 얼마나 된다고 회사 사정에 대한 책임을 우리만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황을 이유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자꾸 내보내면 내수시장이 줄어드는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교적 직장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계약직'임시직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정규직 전환 때 발생하는 각종 수당을 고려해 계약직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꼼수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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