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좋으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는 말도 있다. '첫인상은 좀 그랬지만 계속 사귀어 보니 좋더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게 엄청 공을 들인 사람일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첫인상은 수고로움 없이 자신을 인정받기에 좋은 기회이기에 혹자는 첫인상에 무척 신경을 쓰곤 한다.
흔하디 흔한 얼굴을 가진 난 어디를 가도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옛 친구를 닮았다'고 하거나, '첫사랑과 닮았다'고 할 때가 많았다. 한 번은 은행 볼일을 보는데 한 여인이 '합천의 제 친구'라며 붙잡고 늘어졌다. 목덜미의 점이며 눈의 쌍꺼풀이 짝눈인 것도 맞다고 했다. 가무잡잡한 피부까지 말하며 웃는 모습도 같다고 "너 맞지?"를 연신 외치며 수십 분을 우겨댔다. 같이 온 그녀의 남편에게도 확인을 요청하기까지 이르렀으나, 분명 난 그녀의 친구가 아니었다. 그녀는 마음이 변한 친구라서 자신을 모른다고 시치미 떼는 거라며, 서운한 표정까지 지으며 은행 문을 나갔다.
사실 난 쌍꺼풀 없는 눈이었다. 큰집 언니가 책 살 돈을 용돈으로 다 써버려, 혼자 집으로 가면 많이 혼날 것을 알고 나에게 같이 가주지 않겠느냐고 부탁을 했다. 흔쾌히 따라나섰고 곧 큰집 대문을 들어섰다. 그 자리에서 쌍꺼풀 하나를 얻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시던 큰어머니가 언니를 보자 담배를 던지셨다. 내 왼쪽 눈에 담뱃불이 떨어졌고 그 자리는 붉게 데여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가 아물면서 자연스럽게 쌍꺼풀이 되었던 것이다. 큰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회초리에 스쳐 그런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변명조차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나만 알고 지켜온 비밀이 됐다.
불에 데인 상처는 아직도 살아 내 눈을 예쁘게 해주고 있다. 나머지 한 눈은 눈꺼풀이 얇아서인지 한 번씩 유리 테이프를 붙이면 쌍꺼풀이 되다가 어느 날 진짜 쌍꺼풀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두 딸은 쌍꺼풀이 있는 눈이라 모두 엄마 눈 닮았다고 말해 준다.
때로는 둥글고 넓적한 얼굴이 놀림의 대상이 되곤 했다. "오랜만에 만나니 얼굴이 더 넓어졌네. 파운데이션이 많이 들어가겠어." 갸름하지 못한 얼굴이라 들려오는 슬픈 소리도 참아내야 했던 얼굴이다. 그렇지만 '인상이 좋다'는 말도 듣지 않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닮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그것은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낯이 익은 얼굴은 아니었을까. 서구화로 인한 뾰족한 얼굴이 대세라서 둥근 얼굴을 한 사람은 기가 죽는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내 둥근 얼굴을 고쳐볼 생각은 없다.
흔한 얼굴이라 개성은 없지만 내 얼굴은 나를 나타내는 데 충분하다. 친근한 모습이야말로 첫인상 못지않은 좋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으리라. 둥글어도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흔해도 내가 좋아하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줬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李대통령, 취임 후 첫 출국…G7 정상들과 양자회담 주목
TK가 공들인 AI컴퓨팅센터, 정권 바뀌니 광주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