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두고 여야가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서 역겨움을 느낀다. 정치권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사고 재발 방지에 전력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호재라도 만난 것처럼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와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급급한 정치권에 대해 38명의 목숨이 안중에 있기나 한지 묻고 싶을 정도다.
처음 책임론을 제기한 이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다. 김 원내대표는 26일 화재 현장을 방문해 "두 달 동안 총 1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후안무치한 정권"이라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비판 수위가 좀 높긴 했지만, 야당 원내대표라면 이 정도 발언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면피성 발언이다. 추미애 대표는 같은 날 화재 현장에서 "(이곳의) 직전 행정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봐야 한다"며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거론했다. 아무리 한국당이 밉다고 하더라도, 여당 대표로서 참사 현장에서 내뱉을 말은 아니었다. 여당 대표라면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내는 것으로 충분할 터인데, '남 탓'이나 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것은 유치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27일 페이스북에 홍 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잘못이나 태만을 반성하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전(前) 정권이나 한국당 등을 탓하고 있으니 추잡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행태를 보이기에 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고 혐오할 수밖에 없다. 두 당을 향해 '막장 수준의 지저분한 책임 떠넘기기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두 번 울리지는 말자'는 바른정당의 논평이 그나마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이다.
국회는 서문시장'제천 화재 참사 등을 겪고도 소방 관련 법률 상당수를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소홀했던 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도 마찬가지다.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추잡한 싸움질을 벌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재발 방지책 마련에나 적극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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