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8시쯤 대구 달서구 도원동 대곡주공8단지아파트 나래마을. 자전거로 출근하던 주민 이모(61) 씨가 쓰레기분리수거장 앞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 씨의 몸은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고, 꽉 쥔 주먹은 자전거 손잡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근처에서 동료들과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던 경비원 홍병훈(70) 씨는 이를 보자마자 황급히 이 씨를 부축해 인도로 옮겼다. 홍 씨는 이 씨의 호흡이 멎은 채 몸이 뻣뻣하게 굳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홍 씨는 지난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응급처치술 교육 내용을 떠올렸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단 4분. 300m가량 떨어진 관리사무소에 비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오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홍 씨는 이 씨의 가슴을 30여 차례 압박하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3분쯤 흘렀을 무렵 마침내 이 씨가 컥컥 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이 씨는 이틀 뒤 의식을 회복했다. 신경 일부를 다친 이 씨는 아직 입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홍 씨는 "숨이 멎은 환자에게 즉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이 났을 것"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구시와 응급의료협력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아파트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응급의료교육이 위급한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정지가 오면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돼 4분 이내에 심장 박동을 되돌려야만 후유증을 줄이고 목숨을 건질 수 있다. 그러나 연간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추진단은 지난 2016년부터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사람이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도록 사전에 교육하는 '공동주택 자동심장충격기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500가구 이상 밀집한 대규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이 주된 교육 대상이다.
추진단은 지난 2년 동안 경비원과 관리사무소 직원 등 1천579명에게 AED, 인공호흡, 흉부압박술 등 1차 응급처치술을 훈련했다. 이들 중 1천343명은 심정지환자 응급처치 자원봉사단인 '단디서포터즈'에 가입했다.
이들은 최근 2년간 12건의 응급환자 신고를 처리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생존을 결정짓는 골든타임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도록 응급의료 교육을 꾸준히 확대 실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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