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계기로 대구시내 대형병원들의 내부 구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십수 차례에 걸쳐 증'개축을 거듭한 탓에 대부분의 병원이 미로 같은 건물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헷갈리는 병원 구조에 대피로 안내까지 부실해 대형 화재시 환자나 보호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복잡한 건물 구조는 이용객들의 대피를 방해하고 유독가스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미로 속에 길 잃기 쉬워
대구시내 대형병원들은 '미로' 같은 구조로 악명 높다. 훤한 대낮에도 한 번 들어가면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북대병원은 외래 진료동을 중심으로 전체 건물이 'ㅁ'자 형태를 띠고 있다. 13개 동에 이르는 건물들은 이리저리 얽혀 있어 각 병동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방향 감각을 잃기 쉬웠다. 특히 벽면 곳곳에 붙은 안전대피도에 따라 걸어도 외부로 열린 출입구를 찾기 어려웠다. 대피 유도선이 없고 완전히 외부로 빠져나오려면 출구를 여러 차례 통과해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사진 비탈에 여러 건물이 복잡하게 들어선 탓에 두 건물의 같은 층도 경사로를 통해 이동해야 한다. 휠체어를 밀고 가던 이모(42) 씨는 "휠체어 환자 대피로는 중앙 경사로밖에 없는데, 휠체어를 밀고 가기도 어려운데다 여러 사람이 몰리면 탈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별관을 찾는 내원객을 안내하던 한 간호사는 "워낙 건물이 오래돼 안내도 어렵고 우리도 길을 찾기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영남대병원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6차례에 걸쳐 시설을 증축했다. 대부분 상업시설을 늘리는 게 목적이었다. 특히 계단 위치를 알려주는 비상대피등은 성인 키보다 높은 곳에 있었고, 벽면의 대피방향 유도선이나 바닥 유도띠는 없었다. 화재 시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심지어 대피로로 활용되는 계단에는 각종 청소도구와 박스, 의료용품이 가득 차 있었다. 주요 병동 4동으로 구성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각동 5층은 수술실과 통제실로 사용해 다른 동으로 이동할 수 없게 돼 있었다. 또 각 동의 층수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됐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7차례에 걸쳐 주차장과 통로, 매점, 병동 등을 증축했다. 이 때문에 통로는 늘 혼잡하고 각 동의 건물구조도 제각각이다. 허리질환 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오모(78'대구 동구) 씨는 "건물이 복잡해 아무리 자주 와도 헷갈린다. 나 같은 노인은 불이 나면 대피로를 찾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리한 증축보다는 별도 건물이 방재에 유리
화재로 숨지는 가장 큰 원인은 질식사다. 대구시내 대형병원들의 복잡다단한 구조는 탈출 자체가 어렵게 돼 있었다.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방화문 등 재난 대응시설을 갖추고 소방안전관리자가 근무해도 인명 피해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여러 차례 증'개축을 거듭한 옛 건물일수록 안전이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대구시내 한 소방서 관계자는 "증축을 하면 건물 구조가 복잡해져 대피와 구조가 어려울 수 있다"며 "구'군청이나 소방에서 확보하는 각 건축물의 최종 도면에 나와 있지 않은 불법 증축 시설이 있다면 인명구조에 더욱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피를 원활히 하려면 극장,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업소에 의무화된 대피방향 유도선이나 유도띠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증축 자체가 건물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증축을 하다 보면 수도관이나 전선을 추가하느라 바닥이나 벽을 뚫을 수밖에 없다. 이때 위아래층 사이 층간 방화구역이 훼손돼 화염과 연기에 취약해진다"면서 "증축보다는 기존 구획을 작은 면적으로 세분화해 쓰고, 필요한 경우 다른 건물을 별도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재난 대비에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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