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화재 공포에 떠는 한국…이번을 계기로 안전한 나라 만들자

한국 사회가 화재 공포에 떨고 있다. 한 달 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서울 종로여관 화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까지 세 차례의 대형 화재가 발생해 모두 74명이 사망했으니 두렵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화재라고 하면 깜짝깜짝 놀라고 과민 반응을 보이는 국민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분명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나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잇단 대형 화재로 국민 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공포감이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자그만 위험에도 '119'부터 찾고 작은 화재에도 다급하게 반응하는 시민이 늘었다고 한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에도 예전 같으면 느긋하게 반응했을 터인데, 요즘은 수십 명이 비상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연기를 화재로 잘못 알고 신고하는 오인 신고가 크게 늘어났다. 대구소방서에 따르면 연말 연초에 오인 신고 횟수가 예년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을 가진 시민이 한둘 아니다. 여러 사람이 오가는 다중시설 이용을 꺼리는 사람까지 있다고 하니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화재에 대한 '집단 공포증'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불이 난 세종병원과 비슷한 중소병원이 전국에 1천500개에 달하고, 대부분 화재에 취약하다고 하니 기가 찰 따름이다.

정부부터 반성하고 자세를 달리해야 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해놓고 늑장대응'뒷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큰 문제다. 정치권이 어떻고, 전(前) 정권이 어떻고 하면서 핑계만 대지 말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진정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즉흥적인 대응이나 땜질식 처방으로는 안 된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숱한 대형 참사를 겪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해왔다. 이제라도 과거 사례를 교훈 삼아 체계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국민을 교육하면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정치권이 이념이니 가치관을 앞세우는 것도 좋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않으면 전부 헛일이다. 이번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국민이 더는 공포에 떨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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