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2월 28일 대구 거리를 달리며 '독재 타도'를 외쳤던 주인공들은 "감개무량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자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임에도 여태껏 주목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컸던 이들이다. 유공자들은 "국가기념일이 된 만큼 국민들에게 2'28민주운동의 민주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라도 기쁘고 자랑스러워"
당시 경북고 2학년이었던 홍종흠(76) 씨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현실이 되니 기쁘고 행복하다.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2'28민주운동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향한 순결한 마음 하나로 일어난 사건"이라며 "헌법상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 산다는 것을 처음 체감한 게 바로 그때였다. 충분히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가기념일이 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대구상고 2학년생이었던 이광조(76) 씨는 "당시 친구들이 경찰에 많이 맞았지만 시민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감싸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말 격렬한 시위였다. 경찰들이 학교 밖으로 못 나가게 하니까 10m가 넘는 학교 담장을 다 함께 무너뜨리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가오는 2'28민주운동기념일에 유공자 시가행진을 한다던데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고 2학년생이었던 안인욱(76) 씨는 "많은 친구들이 남대구경찰서(현 남부경찰서) 유치장에 끌려갔고, 한 체육 선생님은 학생들을 데리러 시위 현장을 찾았다가 경찰에 두들겨 맞아 한 달이나 출근을 못하기도 했다"면서 "당시 시민들은 경찰에게 쫓기던 학생들을 숨겨주거나 밥을 차려 주곤 했다. 지금도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2'28민주운동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효시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뿌듯해했다.
◆2'28 '대구 정신' 상징 앞으로가 중요
유공자들은 "2'28민주운동이 '대구의 민주정신'을 상징하는 만큼 전 국민에 이를 알리고,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종흠 씨는 "국가기념일 제정과 함께 우리가 되새겨야 하는 일은 '지금 우리 시대에 왜 옛 민주화운동을 기려야 하는가'를 성찰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지방분권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가 도입됐지만 이후에는 민주주의의 진전이 없다. 이번 국가기념일 제정이 2'28민주운동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구공고 선도부장으로 닫힌 교문을 열고 학생들과 뛰쳐나갔다는 박명철(76) 씨는 "대구는 2'28(민주정신)과 국채보상운동(민족정신)이라는 두 가지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라며 "지금은 대구가 '보수의 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깨고 강한 대구의 개혁 정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28기념사업회의 역할이 더 다양해져야 하고, 또 대구의 살아 숨 쉬는 개혁정신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밑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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