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돌아왔다. 온통 김여정, 현송월에 쏠려 있던 눈과 귀가 윤성빈, 최민정에게 돌아왔다. 북한이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과 김정은의 친동생인 김여정을 파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자, 우리 정부는 한반도 운전석에 앉게 됐다며 흥분했다. 대통령,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모두 나서서 매끼 식사 대접을 하는 등 북한 대표단에 국빈 이상의 대접을 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에 의한 KAL기 폭파사건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평창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기 위하여 북한에 공을 들이는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방북 초청장을 받아 든 문 대통령의 머리는 복잡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야 대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를 원하겠지만, 국내외 여건은 만만치 않다. 우선, 대통령의 방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옛날 같지 않다. 인민의 기본 인권이나 삶을 말살하며 핵·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하는 독재자의 '매력 공세'에 우리 정부가 놀아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방한 이후 미국 내 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으나, 펜스 부통령은 14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이나, 대화는 지구 상에서 가장 압제적인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미국 입장을 전달하는 데 국한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 우리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 것인가?
첫째, 작금의 경색된 남북관계의 원인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있는 만큼,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북핵 문제 해결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북핵 문제를 의제에는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 대통령이 두 번이나 방북한 만큼, 이번에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내에서 개최되어야 할 것이다. 이의 수용 여부는 북한이 과연 정상회담 제의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둘째, 북핵 문제가 최종 해결될 때까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한국도 이에 동참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이번 평창올림픽 시 북한은 김여정과 최휘 당 부위원장과 같은 제재 대상 인사의 파견, 제재 대상인 고려항공과 만경봉 92호의 입항, 만경봉호에 대한 유류 공급 요청 등을 통하여 우리의 제재 집행 의지를 테스트하려 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이번 제재 제외 조치가 국제행사인 올림픽을 계기로 한 지극히 예외적 조치임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또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아니라,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 때문이라는 것을 유념하여,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제재의 고삐는 절대 늦추어서는 안 된다.
셋째, 오랜만에 남북 대화 채널이 복원된 만큼, 이 채널을 상기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필요시 특사도 파견하되, 특사는 우리 대통령의 의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인물 중 북한도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일 등 주변국과의 신뢰 관계 회복이다. 특히, 미국은 사드 배치 과정, 중국에 대한 삼불 약속(사드 불(不)추가배치,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망 불가담, 중국의 안보 이익 불저해), 평창올림픽 때 북한에 취한 태도 등으로 한미 동맹에 대하여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우리의 대북 접근 구상을 사전에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만약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나 이미 한 번 연기된 바 있는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나 폐지를 요구할 경우, 동맹에 대한 미국의 의심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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