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노동시간 단축 입법을 연내 추진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 수준인 한국의 근로시간을 줄여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제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정과제 입법계획'을 수립했다고 17일 밝혔다. 정부가 추진할 123건의 국정과제를 위해 연말까지 110건 법률안의 국회 제출 및 66건의 하위법령 개정 완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법률안 110건(정부안 10건, 의원안 100건)은 연말까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제출하는 것을 도울 예정이다. 일례로 국정과제인 '실노동시간 단축 추진 및 국가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가칭) 등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연내 제출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세액공제와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협의 후 국회를 통과하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기업 지원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가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세 단계 전략을 세워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한다. 올해 안에 지원법 제정과 주 4.5일제 지원사업 설계를 마치고, 내년에는 포괄임금제 금지 입법을 추진한다.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제도다. 이어 2027년 이후에는 주 4.5일제 확산을 위한 본격 논의에 돌입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2030년까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포괄임금제 금지를 명문화하겠다고 제시했으며, 취임 후에는 양대 노총과의 회동에서 주 4.5일제 도입에 공감대를 확인했다. 2023년 기준 한국 근로시간은 연 1874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32시간 길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2022년 공무원에게 주 4.5일제를 적용했고, 벨기에는 같은 해 EU 회원국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했다. 반면 대만, 미국, 중국 등은 여전히 주5일 근무제를 표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재계는 주 4.5일제 도입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4.6달러로 OECD 평균의 77.4%, G7 평균의 67.8% 수준에 그쳤다.
경총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아직 우리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자칫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하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 시간 단축 논의에 앞서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유연한 근로시간제도 개선과 같은 다양한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기업 지원의 근거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중견기업계는 오히려 인건비 부담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 중견기업계 관계자는 "주4.5일제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중견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하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며 "주4.5일제 시행에 앞서 우리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직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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