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만 가면 캐나다에 졌던 미국…한방 먹인 기분이 이런 걸까요

女아이스하키 20년 만에 금메달 슛아웃까지 간 접전 끝 3대2 꺾어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승부치기 끝에 우승한 미국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 지은 직후 뒤엉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숙적' 캐나다를 꺾고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국은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슛아웃까지 가는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올림픽 5연패에 도전한 캐나다를 꺾고 세계 최강의 위엄을 세웠다.

미국은 이날 캐나다와 3피리어드까지 2대2로 비겨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슛아웃에 돌입했다. 슛아웃은 양팀 슈터들이 교대로 한 명씩 나와서 중앙선에서 자유롭게 드리블하면서 골키퍼와 일대일 대결을 벌여 승부를 가리는, 축구로 치면 일종의 승부차기다. 이날 양팀 슈터 6명씩 나온 뒤에야 세 골을 넣은 미국이 두 골에 그친 캐나다를 따돌리고 3대2로 극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미국은 명실공히 세계랭킹 1위면서도 올림픽 무대에만 서면 결승에서 번번이 캐나다에 막혀 자존심을 구겼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지난해까지 4연패를 달성하는 등 8차례 중 7차례나 우승했지만 올림픽에서만은 캐나다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그동안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나가노올림픽 우승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 미국과 캐나다는 이날 결승전에서 제대로 붙었다. 미국과 캐나다는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적수가 없는 양대산맥이다. 실제 최근 10년간 국제하키연맹(IIHF) 세계랭킹에서 캐나다와 미국을 제외한 나라가 2위 이상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다. 현재 순위도 미국이 1위, 캐나다가 2위다. IIH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도 18회 연속 미국과 캐나다의 대결로 치러졌다. 미국과 캐나다는 올림픽에서도 이번 평창올림픽을 포함, 6차례 결승전 중 5차례나 맞대결을 벌였다.

이날 경기도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 승부였다. 기선 제압은 미국이 먼저 했다. 미국은 1피리어드 19분 34초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먼저 달아났다. 그러나 올림픽 4연패에 빛나는 캐나다의 저력은 무서웠다. 2피리어드 들어 두 골을 연속으로 뽑아내며 전세를 뒤집었다. 그리고 맞이한 3피리어드. 패색이 짙던 미국은 역습 기회를 잘 살려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돌입한 연장전에서도 양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슛아웃에 들어갔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미국. 슛아웃 2대2 동점 상황에서 선공에 나선 미국의 6번째 슈터는 골망을 흔들었지만 캐나다의 6번째 슈터는 침묵하면서 경기는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정규 마지막 3피리어드까지 2대1로 앞서며 올림픽 5연패를 눈앞에 뒀던 캐나다로선 3피리어드 역습 동점골을 뺏긴 게 뼈아팠다. 이 동점골 허용으로 캐나다의 올림픽 5연패는 무산됐고, 올림픽 연승 행진도 24경기에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