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와 도시의 공존이 세계 곳곳 수변공간의 핵심 조건으로 거론된 지 오래다. 그러나 실현은 쉽지 않다. 수변공간은 근대와 현대를 지나며 한 세기 동안 공업용수를 끌어다 쓰고 폐수를 몰래 흘려보내기도 하는 공업지대로 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서지 않더라도 마구잡이로 개발되는 현실도 겪었다. 대구도 대도시로 성장하며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금호강 및 주변 지천이 함께 맑아지면서 생태와 도시를 조화시키는 힌트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수달과 왜가리가 돌아오고 있고, 산업지대는 4차 산업혁명과 도시재생을 통해 '굴뚝 없는 산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시대의 요구로 시민 및 문화 요소가 들어설 여지도 커지고 있다.
◆수달'왜가리'맹꽁이와의 공존
최근 금호강 지천 팔거천에도 수달이 서식(본지 1월 25일 자 보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달은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지정 수환경 지표종이다. 생태환경이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얘기다. 앞서 신천과 금호강 본류에서도 수달은 줄곧 발견됐다. 이로써 금호강을 중심으로 하는 대구 친수환경은 앞으로 도시와 생태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국내 도시 중에서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더욱 특별한 사례다.
그러자 대구시는 곧장 수달을 친환경도시를 알리는 관광 첨병으로 활용(본지 16일 자 보도)키로 했다. 최근 대구시는 '수달 도시, 대구'를 관광상품화로 연계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해 말 '수달 이모티콘'을 자체 제작해 배포했고, 이에 대한 저작권 및 상표권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울러 수달이 자주 목격되는 신천변 김광석 거리 인근에 '신천수달생태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수달만큼은 아니지만 왜가리도 대구 친수환경 개선의 증거가 되고 있다. 금호강 남쪽이자 신천 서편에 있는 대구 북구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에 둥지를 튼 왜가리들이다. 이들이 배설물을 남기고 소음까지 유발, 최근 유동인구가 늘어난 삼성창조캠퍼스의 이용자 및 주변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크게 늘었다(본지 3월 15일 자 보도)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의 이면에 집중해보자. 전문가들은 "철새인 왜가리가 따뜻해진 겨울 날씨와 신천'금호강이 깨끗해지면서 먹잇감이 늘어나 겨울에도 떠나지 않고 도심에 머물고 있다"며 "삼성창조캠퍼스는 왜가리들이 금호강과 신천을 쉽게 오갈 수 있어 먹이 경쟁에 유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거리 비행이 힘든 늙은 왜가리를 중심으로 전체 개체의 20~30% 정도는 대구에서 겨울까지 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심에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 대상으로 금호강 주변이 거론됐다. 금호강 수변공간에 왜가리들이 선호하는 소나무와 참나무 군락을 조성하는 것이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금호강과 낙동강 합류부 달성습지의 맹꽁이는 이미 대구가 확보해 놓은 '복덩어리'다. 그런데 최근 대구시가 맹꽁이의 국내 최대 산란지가 있는 달성습지의 탐방나루 조성 과정에서 습지를 모래로 덮는 등 훼손했다는 본지 보도(본지 1월 6'25일, 2월 3'15일 자 보도)가 잇따르면서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린 꼴'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맹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중 하나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맹꽁이 수만 마리가 번식을 위해 출몰한다.
다행히 본지 보도와 함께 환경 당국과 지역 환경단체들이 대구시를 상대로 줄줄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대구시는 외부 토사 회수 등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 영향 및 그에 대한 책임 논란은 당장 맹꽁이 산란기인 장마철을 두고 재점화할 수 있고, 대구가 맹꽁이를 지키느냐 잃느냐의 구도로도 나타날 전망이다.
◆신산업 무대'새 시민 공간'문화예술 새로운 장
대구시는 앞서 금호강 총연장 42㎞ 구간의 절반을 개발하고, 절반은 보전 및 복원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절반을 차지하는 개발도 과거처럼 어쩔 수 없는 훼손을 야기하는 개발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환경에 대한 관심과 규제가 커진 탓도 있지만, 개발의 주요 소재인 산업이 더는 굴뚝에서 연기를 뿜지 않아서다.
의료'신소재'I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산업들이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금호워터폴리스, 율하도시첨단산업단지 등 금호강 유역 산업단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노후 서대구산단(서대구'염색'제3산업단지) 및 주변 주거지 일대도 재생되고 있다. 과거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고 폐수를 유발하던 업종을 대체하는 대구 산업 체질 전환의 한 모습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 금호강 생태환경은 곧장 유역 산업단지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산업단지 및 주변 주거지가 쾌적해지면서 도시 삶의 질이 높아진다. 도심 속 산업단지와 주거지를 분리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까닭이다. 각종 산업에 반드시 따라붙는 MICE(기업회의, 관광, 컨벤션, 박람전시회) 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검단들에 조성되는 금호워터폴리스의 경우 아예 금호강 수변공간에 자리한 것을 비롯해 인접 엑스코(컨벤션), 이시아폴리스(쇼핑),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닿을 수 있는 팔공산(관광)까지 관련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는 금호강 유역 다른 산업단지들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향후 건설될 대구 4차 순환도로와 계획까지는 나와 있는 도시철도 4호선은 시너지를 더욱 불어넣을 전망이다.
2008년 공사가 시작된 대구외곽4차 순환도로는 특히 성서~지천~안심을 잇는 34㎞ 구간이 금호강 북쪽 유역을 감싼다. 금호강 유역 산업단지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꾸준히 검토되고 있는 도시철도 4호선은 계획상 가칭 만평(서대구KTX역), 연암(금호강'신천합류부), 경북대, 동구청, 효목(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배후) 등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곳 안팎 역사 후보지가 금호강 유역에 위치해 있다. 4호선에 대해서는 금호강은 물론 신천까지 아우르는 기다란 수변공간을 도심과 연결하는 신교통수단 트램(노면전차) 도입이 검토된 바 있다. 교통 기능은 물론 시민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즉 수변공간을 시민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친수(親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성격도 지니게 된다는 설명이다.
굴뚝 없는 산업, 조화되는 생태환경, 접근성을 높여주는 교통 인프라만큼 중요한 요소로 시민과 문화가 꼽힌다.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고 행사도 연중 열리려면, 문화는 가장 좋은 소재이면서 그 자체로 금호강 내지는 대구의 정체성을 새롭게 가꿀 수 있는 요소다.
예를 들면 금호강은 대구의 대표적인 기원의 장소다. 연초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가 대표적이다. 대구 동구의 경우 안심교 금호강 둔치, 수성구의 경우 고모동 팔현생태공원 금호강 둔치, 북구의 경우 산격대교 아래 산격강변축구장에서 매년 성황리에 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다른 시민 행사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최근 명소로 급부상한 금호강의 섬 '하중도' 역시 시민과 문화를 한데 아우르기 좋은 거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구시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됐다.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등 음악이 소재인 다양한 문화예술장르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풀어내기 좋은 공간도 바로 수변공간이다. 딱히 몇 곳만 꼽을 것이 아니라 하천을 가진 세계의 이름난 도시들이 수변공간을 각종 문화예술의 무대로 활용하며 시민과 관광객을 그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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