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해 15만명 학생들에 수련활동'안전체험 동시 진행

대구 유치원·초·중·고 '안전교육'

유치원생=안전체험차량
유치원생=안전체험차량 '안전빵빵 버스'에서 지진 대피 훈련을 받는 어린이들이 탁자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다.
초교생=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에 온 초등학생들이 트레킹을 하며 조난신호 보내기 등 응급조치 방법을 배웠다.
초교생=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에 온 초등학생들이 트레킹을 하며 조난신호 보내기 등 응급조치 방법을 배웠다.
중학생=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중학생들이 래프팅 탐사를 하고 있다.
중학생=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중학생들이 래프팅 탐사를 하고 있다.
고등학생=대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구교육해양수련원에서 해상안전교육을 받고 있다.대구시교육청 제공
고등학생=대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구교육해양수련원에서 해상안전교육을 받고 있다.대구시교육청 제공

어린 시절 학교에서 익힌 안전교육은 성인 때의 안전의식을 결정하고, 훗날 사회 전체의 안전의식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려면 안전교육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평소 몸에 밴 훈련이 있어야 위기 상황에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그간 미흡했던 안전교육에 대한 반성과 함께 체험 위주의 안전교육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도 그간 안전교육 시스템과 시설 구축을 거쳤다. 대구 학생들이 경험하는 안전교육의 모습과 초'중'고 등 성장단계에 따라 받는 안전교육의 내용 등을 살펴봤다.

◆전직 소방관에게 배우는 안전교육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 달서구 상원유치원. 노란색 안전모를 쓰고 형광 조끼를 입은 어린이 20여 명이 대구시교육청 안전체험차량인 '안전빵빵 버스' 탑승을 기다렸다.

8.5t 버스를 개조한 안전빵빵 버스는 생활안전(지하철, 승강기), 지진체험, 화재대피, 보행안전, 소화기 및 완강기 사용법 교육 등 6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은 모두 이 분야에서 수십 년의 경험을 지닌 퇴직 소방공무원들로 통제실 관리와 설명, 시범을 도맡았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보이는 곳은 실제 지하철 내부와 비슷한 공간이었다. 이곳은 화재 등 비상시 지하철의 문 여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어린이들이 강사의 시범에 따라 좌석 아래쪽에 있는 비상 코크를 잡아당겼고, 한 아이가 대표로 문을 힘차게 열자 다른 친구들이 환호를 보냈다.

이어진 교육은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혼자 갇힌 상황이었다. 강사의 말에 따라 엘리베이터의 비상 버튼을 누른 아이들은 "제가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어요. 도와주세요. 2017-121 승강기예요"라고 함께 외쳤다.

바로 옆 공간에서는 규모 7까지 체험할 수 있는 지진 체험이 진행됐다. 진도가 올라가자 버스에 놓인 탁자가 흔들렸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 울렁거렸다. 아이들은 강사에게 배운 대로 침착하게 가스 밸브를 잠근 뒤 쿠션으로 머리를 보호했고 몸을 낮췄다.

화재 시 대응 요령 교육도 실제 상황처럼 이루어졌다. 버스 한쪽에는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한쪽은 따뜻하고 다른 한쪽은 미지근한 문 손잡이 두 개가 있었다. 어린이들은 따뜻한 손잡이 문 뒤에는 불이 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며 다른 손잡이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안전교육은 버스 밖에서도 이어졌다. 간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너는 법과 소화기 사용법 등 실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약 40분에 걸친 교육이 끝나자 아이들은 "재미있다" "불을 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9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안전빵빵 버스'는 유치원생~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대구 곳곳을 쉴 새 없이 다닌다. 원거리의 학교 밖 체험이 어려운 어린 학생들을 고려해 마련한 안전교육이다.

지난해는 유치원 39곳, 초등학교 22곳에서 모두 4천225명의 어린이가 이 버스를 통해 안전교육을 체험했다. 이만호 대구시교육청 교육안전담당관 주무관은 "갑자기 재난상황이 닥쳤을 때 사람이 당황하게 되면, 평소 알고 있던 것도 몸으로 잘 안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하다"며 "상반기 예약은 거의 다 찼을 정도로 학교, 유치원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성장단계에 따라 받는 안전교육

대구 학생들이 받는 안전교육의 특징은 수련활동과 연계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유치원'초'중'고 등 학교급별 발달단계에 따라, 수련활동과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안전체험 시설을 구축한 곳은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

안전체험시설의 위치와 프로그램은 수련원이 위치한 도심, 산, 강, 바다 등 지리적 특성과 관련돼 있다.

유치원생의 안전교육은 안전빵빵 버스와 도심에 있는 대구유아교육진흥원의 안전체험관이 담당한다. 이곳에서는 유아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보행'자동차 안전을 배우게 된다.

산 속에 있는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풍수해 안전교육에 중점을 뒀다. 초등학생들은 이곳에서 홍수, 계곡 범람 발생 시 대피 요령을 배운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완강기 체험, 연기 탈출, 소화기 체험, 종합탈출 등 생활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학생안전체험시설이 추가로 마련됐다.

중학생은 낙동강 인근에 있는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수상안전, 화재안전, 자살예방에 중점을 둔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포항 바닷가에 있는 대구교육해양수련원에서 해양생존훈련, 응급처치, 고난도 위기탈출을 배운다. 해양수련원에는 ▷2박 3일간 진행되는 임해수련과정 ▷생태에서 직접 숙식을 해결하는 야영수련과정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별수련과정 등이 있다.

시교육청 교육안전담당관 관계자는 "한 장소나 건물에서 모든 안전체험 교육을 할 경우 극심한 혼잡이 예상돼 오히려 안전이 저해되며, 수련활동 외 별도의 안전체험을 하려면 대규모 학생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유치원'초'중'고로 장소가 구분돼 있어 혼잡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수련활동과 안전체험이 동시에 진행돼 연간 15만 명(버스 2천400여 대)의 학생 이동을 줄여 잠재적인 교통사고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연간 8억원 이상의 교통비가 절감된다"고 밝혔다.

◆일상과 가까워진 안전교육

안전체험차량, 수련시설 외에 최근에는 각 학교에서도 일상 속의 안전교육을 강조한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진천초 강당에 전국 최초로 완강기 교육 장소를 만들었고, 점차 많은 학교의 다목적 강당에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완강기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우선으로 완강기를 설치하고 향후 전 학교에 마련하기로 했다.

유휴교실을 활용한 안전체험교실에서도 다양한 안전교육을 받는 길이 생겼다. 지난해 12월 성지초, 이현초에는 교통안전, 지진대피, 소화기, 완강기, 보행안전을 받을 수 있는 교육 장소가 마련됐다. 해당 학교 학생은 물론 인근 학교 학생에게도 문을 열어 학생들에게 안전체험교육 기회를 확대할 전망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학생, 교직원이 어떤 재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안전 역량을 함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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