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유천동에 사는 최모(41) 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차로 데려다 주느라 애를 먹는다. 어린 딸이 집에서 500m가량 떨어진 학교까지 걸어가려면 무단주차 차량과 차량으로 빼곡한 왕복 2차로를 지나야 하지만 마땅한 보도조차 없어서다. 극심한 차량 정체에 갇혀 지각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 씨는 "신생 주거단지여서 거주 환경이 쾌적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이들 통학로도 위험하고, 교통 체증도 매일 반복된다"고 푸념했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잇따라 들어선 월배 지역의 도로망이 급증하는 교통량을 따라잡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10년째 도로 신설이나 확장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0만 인구 대도시, 도로 확보는 제자리걸음
월배신도시는 지난 2004년부터 진천동과 상인동, 유천동, 월성동 일대 250만㎡ 부지에 조성된 주거중심 단지다. 신도시 조성 이후 이곳에는 월배1'2차 아이파크, 월배 쌍용예가, 진천역 AK그랑폴리스, 진천역 계룡리슈빌, 대구월배 태영데시앙 등 30여 곳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달서구에 따르면 월배신도시에는 2만9천여 가구가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10만여 명이 거주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시와 달서구는 월배지구단위계획을 세울 당시 국토교통부의 용도지역별 도로설치 기준에 따라 도로 신설 또는 확장을 계획했다. 애초 이 일대는 1970년대 월배산업단지공단 조성 계획에 따라 총부지 면적의 20%까지만 도로를 설치하면 됐다.
그러나 월배산단 조성이 무산되고 주거용 단지로 바뀌면서 전체 부지의 30%까지 도로를 조성하도록 기준이 바뀌었다.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조성과 함께 교통량 급증도 예상됐다.
이에 따라 시는 2천381억원을 들여 진천로~진천포스코(780m), 월배초교~대천로(640m), 진천네거리~대천로(600m) 등 총 9개 구간을 왕복 6, 7차로로 확장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껏 공사를 마친 구간은 월성태왕아너스~조암로(128m) 구간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월곡로~이마트(490m) 연장구간 등 3곳은 일부 공사를 진행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신도시가 들어선지 10년이 지나도록 이곳 일대 도로는 출퇴근 시간 때만 되면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정부지 오른 땅값에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상황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도로 확장 공사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월배신도시 일대 땅값이 급등한 데다 도로를 넓히고 보도를 줄이자니 상인들의 불만과 보행자들의 불편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도로과 관계자는 "주거단지가 조성되면서 일대 토지의 공시지가가 2, 3배 올랐다. 도로를 확장하려면 주변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더 높은 땅값을 요구하는 주민들 요구 탓에 보상 절차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시는 시내 전역의 도로신설 예산을 연간 최대 750억원가량 편성한다. 이 중 130억원(17.3%) 이상을 월배신도시에 투입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라는 것이다.
도로 확장이 더뎌지면서 일부 이면도로의 보도 설치도 늦잡치고 있다. 도로 양쪽을 확장하려면 보도를 설치할 수 없고, 임시 보도를 설치하기엔 도로변 상인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시는 우선 올해 말까지 110억원을 들여 도로 조성이 가장 시급한 조암네거리~월배차량기지(750m) 구간부터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 구간은 월성동과 대곡지구를 오가는 통행량이 유난히 많아 체증이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또한 1천700억원을 들여 나머지 구간도 단계별로 완공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 전체의 도로신설 수요가 크다 보니 월배신도시 도로에 한꺼번에 큰 투자를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주민 요구가 높고 교통 체증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큰 점을 감안해 가능한 한 일찍 공사를 마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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