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모집 수능 최저등급 폐지와 정시모집 인원 확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합리한 입시 제도를 손보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대학마다 발표 내용도 다르다. 어느 대학은 최저등급 기준을 폐지한다고 밝히고, 이튿날 다른 대학은 유지한다고 발표한다. 원칙도 없고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입시 전형의 단순화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내걸었다. 수능 절대평가를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과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 이를 보면 수능시험이 자격고사처럼 바뀌고 결국 변별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정시 선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육부가 현 정부의 기조와는 다르게 정시 확대를 대학에 요청했다. 스스로의 모순을 보여주는 셈이다. 학부모들이 현 입시제도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정시모집이 적어서라기보다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 확대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수시전형은 고교 내신성적을 주로 보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내신 성적뿐 아니라 동아리·봉사활동 등 다양한 비(非)교과 영역을 함께 보는 '학생부종합전형', 논술, 실기(특기자 포함)전형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는 논술이나 실기(특기)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아 사교육에 의존하는 만큼 이들 분야의 수시전형을 없애서 대학 입시를 단순화하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불합리한 입시제도의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더라도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도무지 알아먹기도 힘든 용어도 없애고, 입시조차 '빈익빈 부익부'가 지속되는 불평등 구조를 타파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1997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된 수시전형은 매우 좋은 의미에서 출발했다. 초·중·고 12년간 애쓴 결과가 단 한 차례 수능시험으로 좌우되는 것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수능을 조금 못 봐도 내신이 좋거나 다양한 학교생활로 재능을 살린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길이 열린 것이다. 대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졌다. 2017학년도 대입에서 수시전형 모집 비중은 전체의 70.5%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이 중 학생부전형(교과·종합)이 85.8%를 차지했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2019학년도엔 수시모집 비중이 역대 최고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수시전형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문제다. 애초 이를 도입한 취지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자는 것이지만 실제론 고액을 받고 고교 1학년 때부터 학종 관리 및 서류 작성을 전문으로 컨설팅하는 업체가 성행하게 됐다. 상위권 학생만 배려하는 학교의 '꼼수'도 논란이다. 학내 경시대회의 중요 정보를 일부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미리 제공하거나, 학내 수상을 몰아주는 것 등은 공공연한 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일부 특목고 및 명문고의 수시 독점도 계속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대학들은 고교 서열화에 대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뛴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냐'며 코웃음을 친다. 수시전형용 서류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내신 성적, 특기 및 자기 능력 소개,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자율활동, 교내 수상 내역, 교사추천서뿐 아니라 관심 분야에 대한 소논문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시모집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수시모집을 축소하거나 폐지해 정시를 늘리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최대 다수가 공감하는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입시제도 개정이 학생 선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번져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교육계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여기저기 눈치 보거나 특정 집단의 득실을 신경 쓰면 다시 누더기 입시정책만 나오게 된다. 대학 입학을 위해 적잖은 돈을 내고 따로 입시 제도까지 공부해야 하는 세상,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교육 수요자가 박수치는 입시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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