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의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70년 동안 짓눌렀던 '예외주의'(Exceptionalism), '불가능주의'(Impossibilism)가 전격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반도는 평화가 찾아오기 힘든 지역이라는 예외주의,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의 길만 걸을 것이라는 변화 불가능주의의 소멸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함과 동시에 이미 약속했던 핵실험장 폐쇄는 물론 폐쇄 시 대외에 공개하겠다는 합의까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정상회담에서 다음 달 북한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고 말한 뒤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언급한 핵실험장에 대해 "'북부 핵실험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일단 풍계리 핵실험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언급, 핵 폐기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체제 보장만 된다면 핵 폐기는 반드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조선전쟁(6'25전쟁 의미)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한민족의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6'25전쟁 이후 일관된 공포였던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 시도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핵실험장 공개와 관련, "남북 간 합의로 한미 언론인'전문가를 언제 어떻게 파견할 것인지 논의해야 하는데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전에 폐쇄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내용을 4'27 당일이 아니라 이틀 늦게 발표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당일에는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합의하고 발표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회담 과정의 여러 얘기를 공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한편 남북은 현재 30분 차이가 나는 남북의 표준시 역시 통일하기로 했다. 윤 수석은 "북한의 표준시각을 서울의 표준시에 맞춰 통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북한 시각이 한국 시각보다 30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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