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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빈의 시와 함께] 천사의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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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1960~ )

천사의 나팔이라는 꽃이지요

노란 천국이 꽃 속에 그득 차면 한 번씩

노란 소리로 꽝, 꽝, 쏟아내야 하는

천사의 나팔에는 날개가 없지요

이 깊고 둥근 금관(金管)의 소리로 저녁을 깨우기 위해서는

나팔을 불어줄 천사들의 숯불 입술이 있어야 해요

꽃주둥이 뜨거운 나팔만 주렁주렁 가지에 걸어두고

천사들 어디로 도망했나요

쏟아지는 향기의 화염을 보아요

환청의 나팔소리 땅으로 스며 마당은 기어이, 들썩이는 지옥이네요

죽은 자들이 깨어나요

대지의 관뚜껑을 젖히며 숨가쁘게, 헛것 같은 푸른 것들이

―시집 『여우』 (문학동네, 2009)

천사의 나팔꽃(Angel's Trumpet)은 땅을 향해 핀다. 천사가 지상을 향해 부는 나팔꽃이다. 하늘의 복음을 지상으로 전파해서 천사의 나팔꽃이라 하는가? 근데 이를 어쩌나! 나팔 불던 천사들이 나팔을 가지에 주렁주렁 걸어두고 어디론가 사라졌으니…. 꽃 속의 '노란 천국'을 온누리에 어떻게 전할까? 깊고 둥근 '노란 소리'로 잠자는 평화를 어떻게 깨울 텐가?

'향기의 화염'이 바닥에 쏟아지고 '환청의 나팔소리'가 땅으로 스며, 마당은 들썩이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 차라리 악마의 나팔꽃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한동안 그렇게 어지럽게 마당 굿판을 벌이는가 싶더니, 또 이게 어인 일? 쥐 죽은 듯 죽어 있던 것들이 화들짝 깨어난다. "대지의 관뚜껑을 젖히며 숨가쁘게, 헛것 같은 푸른 것들이" 땅 위로 고개를 내민다. 도망갔던 천사들이 돌아왔는가? 5월의 푸른 천사인 어린이들도 골목으로 쪼르르 몰려나오고, 날개 달린 천사의 노란 나팔 소리 붐빠붐빠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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