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8시 대구 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 주변 젊음의 거리. 상가 구역으로 걸음을 옮기자 금세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유흥주점과 숙박업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리 곳곳에 서 있는 마사지업소 입간판에는 '남성전용' '성인전용' 등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주점이 성업 중인 거리에서는 취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웠고, 거리 한가운데 조성된 근린광장은 모텔 세 곳에 둘러싸여 있었다. 북구청이 칠곡3지구 동천동 중심상업지구에 문화의 거리를 만드는 사업을 두고 진통이 일고 있다. 북구청은 내년 12월까지 팔거역 주변 동천로 일대에 30억원을 투입해 경관개선사업을 벌이는 한편 문화예술커뮤니티센터 및 공연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지만, 주변에 유흥업소가 즐비하고 문화 인프라도 부족해 졸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흥업소가 많은 이곳에 청소년 등이 찾는 문화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은 사업 초기인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대구풀뿌리여성연대는 칠곡3지구 일대에 유흥주점 26곳, 휴게텔 5곳, 안마시술소 및 마사지업소 7곳 등 총 69개의 유흥업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북구청에 지속적으로 정비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지난 10일 강북풀뿌리단체협의회 등이 '칠곡3지구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도 정유진 마을공동체 품 마을지기는 "유해업소가 즐비한 거리에서 아이들과 여성, 가족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문화 관련 인프라 및 인적자산이 턱없이 부족해 '문화 없는 문화의 거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임강훈 공동체디자인연구소 이사는 "예술 공연 등 자체적인 문화콘텐츠 생산이 안 되면 상권 활성화는커녕 경관개선사업으로 인해 임대료만 오를 수도 있다. 거리를 채워 갈 문화예술인 당사자들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설계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사업부지 유흥업소에 대해 자발적 업종 전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 향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문화예술인은 물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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