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과 울릉군 선거는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춘 무소속과 조직력을 갖춘 정당 후보 간 대결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력 후보였던 현역 군수들이 모두 공천에서 배제되며 다소 불리한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들 역시 어쩔 수 없는 인지도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무소속 후보들의 이름값이 통할지, 아니면 거대 정당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울진과 울릉의 판세를 미리 읽어 보자.
◆울진군수…무소속 임군수 3선 도전, 다시 패권 노리는 한국당, 손병복 특별카드로 맞불
오랜 정치 경륜으로 이미 '이름값'을 떨친 무소속 후보들과 거대 정당의 '이름값'을 업은 초년병들의 야심 찬 도전이 팽팽하다.
현재 울진군수 선거는 무소속인 현직 임광원(67) 군수와 전찬걸(59) 전 경북도의원, 자유한국당 손병복(61) 전 한울원자력본부장, 더불어민주당 강진철(58) 전 부산일보 편집부장 등이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강진철 전 부산일보 편집부장을 내세우며 타 지역에서의 인기 광풍을 경북 최북단인 울진에서부터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그는 ▷도시 수준의 종합병원 건립 ▷KTX 연결을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 ▷남북 화합을 위한 소나무축제 개최 등을 약속하며, 특히 '울진 100년의 미래를 위한 군 청사 이전'을 최대 공약으로 삼았다.
강 후보는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와 손실에 대해 집권 여당의 모든 힘을 모아 정부에 지역의 입장을 반영시키고 더 힘찬 산업 시설 유치를 꼭 실현시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다시금 경북지역의 패권을 노리는 한국당은 한울원자력본부장을 지낸 손병복 예비후보를 특별 카드로 내놓았다.
그는 이번 선거를 '주식회사 울진의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자리'라며 자신을 "천혜의 자원을 보유한 울진을 최고의 가격에 팔아보려는 세일즈맨"이라고 평했다. 손 후보는 "누구나 울진의 장밋빛 미래를 말하고, 공약을 제시하지만 울진의 새로운 미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어떻게 해야 사업 예산을 마련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민간 부문의 투자를 끌어 올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야말로 현재의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 후보의 주요 공약은 ▷해양 관광·레포츠 관광객 500만 명 유치 ▷계층·연령별 맞춤형 복지 ▷도시계획 재정비와 주거 환경 개선으로 도시재생 활성화 ▷의료진 보강 등 공공의료 기능 강화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적극 추진 등이다.
제1후보군으로 꼽히던 현직 임광원 울진군수는 일찌감치 공천에서 배제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재선 8년간 지속했던 업무 성과를 강조하며 "그동안 추진한 사업들을 여기서 멈춰서는 절대로 안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비춰 볼 때 업무 능력, 예산의 인맥, 많은 행정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행정을 이끌어 가야한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임 후보는 ▷국립 사회복지에코힐링센터 유치 ▷울진박물관 건립 ▷불영사계곡 국민관광단지 조성 ▷백암 체류형 복합온천지구 조성 ▷덕구 산림체험관광지 조성 ▷임산물 산업화·목재생산단지 조성 ▷국립해양과학교육관 조기완공 ▷후포 거점형 국제마리나항 건설 및 운영을 주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울진군의회 의장과 경북도의원을 지낸 무소속 전찬걸 예비후보의 유명세도 상당하다.
군수 선거에 두 번째 도전인 전 후보는 오랜 준비 기간만큼 유권자와의 친밀도가 매우 높은 것이 강점이다. 주요 공약은 ▷주민참여예산제 지정 운영 ▷노약자·아동·장애인 무상의료 ▷지역물품 및 지역업체 우선제도 ▷원전지역 개발지원 특별법 청원 ▷원전해체센터 등 원전 관련 시설 유치 ▷기존 숙박시설 환경개선 지원 및 1천 실 규모 관광형 숙박시설 완비 ▷직장인을 위한 아이돌봄서비스 등이다.
그는 '울진군 행정소비자 주권시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군민이 군정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선물할 살림꾼, 현장에서 답을 찾고 주민과 함께 일해 나갈 소통군수, 정당과 정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용기와 든든한 인맥, 협상력을 갖춘 진정한 전문가를 선택해 달라"고 밝혔다.
◆울릉군수…한국당 김병수 "3선 저지" 최군수 강력 대항마 부상, 2강 구도 레이스 본궤도
울릉군수 선거엔 5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민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박영희(54) 한국라이온스미래포럼 대표가, 자유한국당 후보는 김병수(63) 전 울릉군의회 의장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최수일(66) 현 군수, 남한권(58) 예비역 육군 준장, 김현욱(66) 전 울릉군 부군수가 각각 무소속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최수일 후보와 한국당 김병수 후보 간 '2강 구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울릉군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꼽힌다. 지난달 한국당이 최 군수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던 김 전 울릉군의회 의장을 단수 후보로 결정한 이후, 선거 구도가 김 후보 쪽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최 후보가 20여 년간 선거를 치르면서 기존 조직과 지지 기반이 탄탄한 데다 현직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박영희 후보는 지난 2월 민주당이 울릉군수 후보를 내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유권자들은 박 후보를 향해 다소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업가를 민주당이 울릉군수 후보로 전략 공천한 데 대한 반감이다. 7건의 범죄 경력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곳이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요구가 민주당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후보는 현직 군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돼 왔다. 최근엔 한국당 공천으로 날개를 단 분위기다. 김 후보도 30년간의 공직생활과 8년간의 기초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그는 최 후보가 이끈 지난 7년간의 군정에 대해 "새로운 비전과 정책의 부재, 리더의 무능과 의지 부족으로 지역경제는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주민들은 '깨끗한 새로운 리더'를 열망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통해 혈세만 낭비하는 인기 위주의 군정을 바로잡고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도전인 무소속 김현욱 예비후보는 권토중래를 노린다. 그는 지방과 중앙의 여러 공직을 두루 거친 행정가라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공무원 근무 당시 관광·도시·행정 분야를 주로 맡았던 만큼, 관광 산업화를 통해 울릉도를 '자족형 특별군'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무소속 남한권 예비후보는 울릉도 출신 첫 장성으로 주민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최근엔 변화를 원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가는 분위기다. 남 예비후보는 지난 군정을 '핵심이 없는 오합지졸의 리더십'으로 평가하며 34년간 육군 인사·행정 분야 근무 경험과 행정학 박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계획이나 비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울릉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출마를 결심했다"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만큼, 울릉도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최수일 후보는 지난 4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그는 울릉 발전을 위해 매진했던 여러 사업을 완성하려면 검증받은 3선 군수가 절실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 후보는 "지난 7년간 울릉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던 만큼 주민의 큰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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