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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Untitled)
무제(Untitled)


'김환기전' 대구미술관(5월 22일∼8월 19일)

작품 '무제'(1969)는 십자구도로 제작되었다. 작가가 뉴욕에 정착한 초기에는 작업 공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여건들이 갖춰지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작가는 작은 공간에서도 가능하고, 재료비가 많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 작업을 했는데, 주로 스케치북에 과슈로 그림을 그리거나, 신문지에 유채 작업, 종이 반죽으로 오브제를 만들면서 재료에 대한 물성 연구와 다양한 시도의 조형실험을 지속하였다.

'십자구도' 작품으로 불리는 이러한 형태의 작업들은 작가가 점화 양식을 발전시키는 가운데 각기 독립된 구성을 갖는 네 화면이 하나의 작품으로 시도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원색의 대비나 화면 전체의 화려한 색채와 더불어 생동감이 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십자구도의 작품들은 뉴욕 초기부터 시도했었고, 1969년에 다수 제작되었다. 하나의 화면에 수평과 수직선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사등분된 부분들이 하나의 화면으로 연결되는 구성을 만들고, 화면의 중심으로 하여 타원 형태로 마치 꽃봉오리의 형상으로도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전통 매듭의 형태로도 생각할 수 있다. 작가는 유화 물감을 사용하면서도 수묵화와 같이 스밈과 번짐의 표현 기법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작가가 재료들의 물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십자구도의 작품들은 작가가 끊임없이 자신의 작업 세계에 동양정신의 근간이 되는 요소들을 담고자 했던 것이며, 점화와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 또한 자연에 대한 통찰력과 깊은 교감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작가가 뉴욕에 정착하여 새로운 조형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조형 실험을 하는 과도기에 제작한 독특한 형태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유은경(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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