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성이라는 별은 길방(吉方)을 비추기 위해 자신은 흉방(凶方)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시의 자리가 그곳입니다. 시의 자리는 대상을 끄는 것이 아니라 미는 것, 전쟁터에 나간 사람이 아니라 전쟁터에 나간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입니다. 간절함의 자리인 동시에 고통스러운 자리이지요. 바로 그곳이 시와 시인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저는 글을 읽을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는데 먼저 간절함이 있는지, 그리고 고통이 있는지를 봅니다. 이번 문학상에 투고한 작품들을 볼 때 간절함은 있으나 고통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시니어 작품이 시니어를 넘어설 때 진정한 시니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많으니 이쯤은 이해하겠지,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라는 생각은 문학적이지 않습니다. 문학은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다 내어놓기를 원할 것입니다. 여기서 고통이란 괴로움의 의미라기보다 깊이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두 사람의 당선자가 나온 시조 부문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조의 경우 응모자가 적지 않았는데요. 시조는 정형시라는 특성을 살리는 것이 기본입니다. <時調>라는 장르의 '時'자에는 시대의 노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선정된 조성연의 「자작나무 훈민정음」과 김상연의 「질경이」는 이런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여 개성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었습니다. 연륜이 묻어나는 깊이와 젊은이 못지않은 시대감각을 잘 버무려 시니어 문학상을 아주 젊게 해주었습니다.(시조부문 문무학)
다음 시 부문에서는 「풍경B」 외를 투고하신 박윤우, 「물의 과외공부」외를 투고하신 박용운, 「파도」외를 투고하신 최병길, 「수제양복점에서」외를 투고하신 김선중, 「햇반의 온도」외를 투고하신 여호진, 「사과를 깎는 시간」외를 투고하신 심상숙,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외를 투고하신 민윤숙, 「천의 손」을 투고하신 우옥자, 「바람의 사생활」외를 투고하신 김길영 등을 당선작으로 선하였습니다. 그 중 박윤우의 작품은 놀라웠습니다. 47년생이라는 연륜이 무색할 정도로 세련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투고한 9편의 작품이 고루 우수하였습니다. 생략과 비유가 아름다웠으며 말의 운용이 침착하고 시선이 깊었습니다.
박윤우씨의 당선작인 「전화번호를 지우는데」에서 이명(耳鳴)이라는 증세를 꽃들에 비유하여 "꽃은 폭발이 아니라 함몰이다"라며 노루귀나 매발톱들이 다 이명처럼 움츠리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명이란 귀에서 무슨 소린가가 끝없이 들리는 질환이지요, 따라서 "돌아와, 식은 밥에 물 말아먹고 수첩을 꺼내 전화번호를 지운다"는 행위로 소통 불가한 쓸쓸함을 완곡하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용할 것과 버릴 것을 알며 어느 부분에 불을 켜고 꺼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시 「빈 방도 불을 켜면 밝다」에서 "장롱 밑으로 굴러 들어간 볼펜이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만들었다"라는 주의 깊은 관찰과 "책이 나를 베고 식은 내 귀때기를 왼쪽 오른 쪽 돌려가며 읽는다"에서는 주체가 바뀌며 시의 환기를 도모하는 재능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에 당선의 영광을 안은 분들에게는 축하를 드리고 선에 들지 못하신 분들은 다른 자리에서 더 빛나는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문무학·이규리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