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마 전성기를 고증하는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2천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매경출판 펴냄

로마인들의 건축술과 과학은 2천년이 흐른 현대인의 시선으로 봐도 놀랍다. 기자가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서 로마를 거쳐 북부 밀라노까지 둘러보면서 로마 2천년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폼페이 유적, 콜로세움 등을 보면서 2천년 전 로마가 얼마나 번영한 제국이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이 책은 로마 전성기의 실제 모습을 흥미롭게 고증하는 날것의 역사서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되는 24명의 인물은 한번 쯤은 들어봤을 로마의 이웃이다. 이들의 일상적 경험을 조합해 '한 사람'의 '한 시간' 형식으로 구성했다.

시간대별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로마를 구성하는 개인이자 로마 자체다. 그들의 삶은 허구가 아니다. 유물과 문학작품을 비롯해 일화와 농담, 연설, 서신 등 가치있는 자료를 싹싹 긁어모아 학자들에 의해 철저히 고증된 고대 로마인의 실제 모습이다.

A.D 137년 로마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제국의 영역이 메소포타미아와 다키아 지역에까지 이르고, 템스강부터 티그리스강에 이르는 지역에서 거대 제국의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당시 로마가 아무리 지구상에서 위대하다 할 지라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길을 찾고,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시장에서 값싸고 신선한 식료품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이 책은 고대 로마시대 어떤 하루로 우리를 안내한다. 평범한 로마 서민들 24명이 등장해, 당시에 삶을 살아가던 거리의 로마인을 비춰준다.

로마 구시가지 내 2천년 전 상업지구의 모습, 이곳에는 로마 생활사가 담겨있다. 2017년 여름 촬영했다. 권성훈 기자
로마 구시가지 내 2천년 전 상업지구의 모습, 이곳에는 로마 생활사가 담겨있다. 2017년 여름 촬영했다. 권성훈 기자

이 책의 주인공은 단 하나다. 물론 결점도 수두룩하고 단점도 있지만, 엄청난 에너지와 낙관적 사고를 가진 이들이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간에 그들에게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진취적 신념이 확고했다. 노예는 해방을 위해 고군분투했고, 자유인은 번영을 위해 노력했으며, 부유한 상인들은 고위 계층으로 편입되기 위해 애썼다. 다시 말해, 자신의 운명에 대해 씁쓸한 한탄을 늘어놓을지언정 체념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실제 당시 로마인들은 북적거리면서도 음란했고, 늘 역동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봐야할 것은 로마의 그 무수한 기념비적 건축물이 아닌, 현재의 유적지를 통해 추측할 수 있는 생생한 다면적 환경의 일부인 그 시대의 사람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24인은 ▷제1장 모두 잠든 밤을 책임지는 순찰대원 ▷제2장 교통정체를 헤쳐 나가는 수레꾼 ▷제3장 로마의 아침식사를 책임지는 제빵사 ▷제4장 주인 마님의 머리를 손질하는 여종 ▷제5장 아픈 아기를 돌보는 엄마 ▷제6장 브리타니아로 출발한 황제의 전령 ▷제7장 길바닥 수업이 싫은 남학생 ▷제8장 후견인을 만나러 가는 상원의원 ▷제9장 물 긷는 무녀 ▷제10장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법학자 ▷제11장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소녀 ▷제12장 황제의 영묘를 짓는 석공 ▷제13장 회초리를 든 술집 여주인 ▷제14장 시간이라는 특권을 만드는 물시계공 ▷제15장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 목욕탕 종업원 ▷제16장 저녁 만찬을 준비하는 안주인 ▷제17장 암모니아 냄새에 익숙해진 세탁부 ▷제18장 마음의 평정심을 잃은 요리사 ▷제19장 제물을 준비하는 여사제 ▷제20장 금을 실어나르는 향신료 상인 ▷제21장 손님을 찾는 매춘부 ▷제22장 호아제의 별점을 치는 점성술사 ▷제23장 환호 속에 검을 뽐내는 검투사 ▷제24장 기꺼이 오락거리가 되어주는 식객. 35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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