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김정은 미친놈 전략, 한국 정부 휘둘리면 안 돼"

28일 대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진정한 북한 비핵화는 세습통치 교체로만 가능"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진정한 북한 비핵화는 오직 김 씨 세습통치 교체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태 전 북한공사는 28일 오후 대구 남구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2018 시민 통일공감 토크 콘서트'에서 김정은의 핵무기 및 미사일 정책과 북한의 실상, 김정은의 전략 등에 대해 설명했다.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북한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대비책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기 북한 사회에 자본주의 경제요소가 자리잡고, 남한과 비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부터 등장한 메뚜기장, 진드기장 등 보따리 장사가 김정은 체제 이후 장마당이 들어설 정도로 시장경제 움직임이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북한의 사회문화까지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핵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로 김정은 정책 실패를 꼽았다. 그는 "김정은은 집권 초기인 2009년부터 화폐 개혁과, 군사긴장 도발 등 내외부적인 개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면서 "화폐 개혁은 내부 반발에 부닥쳤고, 군사도발은 북한 군사무기 노후화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동북아 정세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했다.

또한 "핵무기 개발로 강도 높은 국제 제제에 부딪혀 체재보장이 힘드니 김정은이 꺼낸 카드가 인도, 파키스탄식 핵개발과 '미친놈 전술' 이었다"고 강조했다.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단기간에 핵개발을 완료하고 10년 이상 버텨 비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뜻이라는 것.

그는 "김정은의 급변한 태도는 '미친놈 전략'의 일환으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해 한국민이 평화를 갈망하게 한 뒤 얼굴을 바꿔 원하는 것을 챙기려는 전략"이라며 "북한 내부에서도 효과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는데,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북한 관련 정책에는 '평화와 공영',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 정착', '한반도 신경제 구상' 등 평화 체계 구축과 군사연습 중지, 철도 연결, 적십자 회담 등의 주제만 있을 뿐 가장 중요한 비핵화 방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실행만이 남북관계에 진정한 훈풍을 가져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비용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싱가포르 회담 역시 미국우선주의 관점으로 일관했다"며 "진정성 있는 '선 조치후 대화'에서 '선 신뢰구축 후 비핵화'로 양보하는 것이 바로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1993년부터 덴마크, 스웨덴, 영국 등 북·서유럽 국가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한 북한 고위 공무원이다. 영국 주재 공사로 있던 중 2016년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역대 탈북 북한 외교관 중에서 가장 높은 서열로 지난달 출간한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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