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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자기 본위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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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없는 포켓몬스터를 상상할 수 없다. 키 40㎝, 몸무게 6㎏, 노란색 몸통에 갈색 줄무늬, 두 볼에 앙증맞게 찍힌 빨간 점…. 귀엽고 사랑스럽기 한량없다. 하지만 화가 나면 10만 볼트 무시무시한 전기를 양 볼에서 방출하는 전투력 소유자이기도 하다. 피카츄는 경이적인 성공을 거둔 일본산 캐릭터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이뤄진 캐릭터 인지도 조사에서도 피카츄는 미키마우스마저 큰 점수 차로 눌렀다.

피카츄의 배는 부드럽고 풍만하다. 살살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평화로워지고 아늑해질 것 같다. 요즘 신세대 말 가운데 '피카츄 배 만지기'가 있다. 게임 커뮤니티인 루리웹의 어느 게시판에 올랐던 그림에서 비롯된 유행어다.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사토시가 피카츄의 배를 만지고 있는 그림과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렸다. '우리는 이미 어느 한쪽 입장만 보고 (뒤)통수를 맞는 사고를 자주 겪었다. 숙련된 유게이(루리웹 유머게시판 이용자)라면 욕하는 것보다 진상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피카츄의 배 만지기는 어떤 한 사건에 대한 한쪽의 입장을 접했을 때 즉각 반응하기보다 피카츄의 배나 살살 쓰다듬으면서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막대한 양의 정보와 뉴스, 댓글들이 돌아다니는데 개중에는 사람 혹하기 십상인 가짜 뉴스도 숱하다. 분별력이 없으면 분노와 격정에 휘말리기 딱 좋은 환경이다. PC와 스마트폰에 가짜 뉴스를 걸러주는 인공지능(AI) 앱이라도 있었으면 할 정도다.

가짜 뉴스와 폭력적 댓글은 치명적이다. 가짜 뉴스와 댓글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끊는 일도 허다하다. 피카츄의 배 만지기는 본의 아니게 그런 폭력 대열에 가담하는 것을 막아준다. 공분을 자아내게 만드는 뉴스나 글, 사진 등을 접했을 때는 일단 뇌 내 분별회로를 최대한 가동하고 진상이 확인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게 좋다. 특히나 타인에 대한 관심도가 유달리 높고 빨리빨리증후군에 빠진 한국인들에게 피카츄의 배 만지기는 배앓이하는 손주의 배를 쓰다듬어주던 특효처방 '할머니의 약손'과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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