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회의원들이 여야로 나뉘어 반목하면서 서로 ‘네 탓’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구 취수원 이전,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등 똘똘 뭉쳐도 해결하기 힘든 현안이 즐비한데도,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다면 명백한 직무유기다. ‘일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려는’ 대구경북 정치인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먼저 여당에 포문을 연 이는 김상훈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지역 언론인들과 만나 “613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이제는 민주당도 지역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대구의 여당 국회의원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의락 의원이 취수원 이전,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자유한국당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의도이겠지만, 구태여 여당 의원들을 물고 늘어져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의 반응도 상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홍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여당 시절 두 현안에 대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지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원죄론’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과 홍 의원, 두 사람 모두 책임을 떠넘기고 있으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김 위원장이 ‘여당 역할론’을 주문하는 것은 일종의 책임 회피다. 야당은 힘이 없으니 여당이 앞장서라고 하는 것은 ‘웰빙 정치’의 전형이다. 야당 의원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면 여당 의원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수도 있음을 왜 모르는가.
홍 의원도 과거사를 들먹이며 감정싸움을 하기보다는 협력하고 화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서라면 정당이나 이념을 가리지 않고 뭉치는 것이 마땅하다.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지역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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