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무역선 상인들은 항해 중 바람 때문에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바람은 약하고 배까지 무거워 망망대해에서 발이 묶이는 일이 종종 벌어져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운반하던 말을 바다에 던져 넣기도 했다. 말을 희생시킨 특정 위도 지역을 '말 위도'(Horse Latitudes)라고 부르게 된 까닭이다.
말 위도는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30도가량 떨어진 위도 지역이다. 이 중위도 지역은 적도와 달리 강수량이 적은데 건조한 고기압이 특징이다. 중위도의 이런 기후적 특징은 '해들리 순환'(Hadley Circulation)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735년 지구 대기 순환 패턴을 처음 제시한 영국인 조지 해들리에서 비롯된 용어다.
지구에서 태양 에너지가 가장 집중되는 곳은 적도 지역이다. 햇볕에 지표면이 가열돼 공기가 팽창하면서 높은 고도까지 상승한다. 이 상층 공기는 양쪽 위도 약 30도에서 냉각돼 하강하는데 일부가 다시 적도 쪽으로 움직인다. 이때 북반구의 대기 흐름은 지구 자전 때문에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일 년 내내 강한 바람이 부는데 이를 '무역풍'이라고 부른다. 무역풍이 약한 말 위도 지역에 이르면 무역선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연일 찜통더위에 기상 뉴스가 큰 화젯거리다. 한반도를 덮친 폭염의 정체와 그 원인 분석에 귀가 쏠려서다. 그제 천리안 위성이 촬영한 한반도 상공의 모습은 구름 한 점 없이 쨍하다. 마치 구름을 피해 가는 듯한 이런 모습은 폭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다. 평균 해발고도 4,500m인 티베트 고원이 예년보다 일찍 뜨겁게 달아올라 열풍을 몰고 온 데다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합세해 '열돔'(Heat Dome)을 만들면서 한반도는 물론 북반구 전체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1994년 최악의 무더위쯤은 아니더라도 2012년, 2016년과 비슷한 더위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북반구 열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극심한 무더위는 상수(常數)라는 말이다. 무역 상인들이 말을 바다에 던져 넣듯 말 위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옷을 모두 벗어 던져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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