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文정부, 지방분권을 '말잔치'로 끝내려 하나

문재인 정부가 간판정책으로 내세운 ‘분권자치`균형발전’이 당초 공약과는 달리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문 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지방분권을 약속했지만,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것이 거의 없고, 담당하는 조직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한다. 지방분권을 말로만 앞세우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니 정부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 지방분권을 담당하는 부서는 균형발전비서관실과 자치분권비서관실 두 곳이 있지만, 모두 구멍이 나 있다. 균형발전비서관 자리는 7개월째 공석이고, 실무 역할을 하는 자치분권비서관실의 행정관 자리도 3, 4개 비어 있다. 거기다 청와대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이 두 개의 비서관실을 통폐합할 것이라고 하니 분권 의지가 있기나 한 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청와대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지방분권 정책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8대2로 돼 있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하는 정책이지만,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청와대가 의견수렴을 거쳐 조정하면 벌써 이뤄졌을 사안을 정부 내 부처 간에 합의를 해오라고 했다니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청와대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지방분권국가를 명기한 개헌안이 통과됐더라면 일사천리로 분권정책이 시행됐겠지만, 개헌안 폐기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국세와 지방세 비율조차 조정하지 못하는걸 보면 변명이고 핑계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국가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환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1년이 지난 현재, 정부의 분권정책 이행 수준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아직까지 기회와 시간이 남아 있다. 정부는 다시한번 청와대 조직을 정비하고 정책을 다듬어 지방분권 국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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