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엔 왜
그럴듯한 서사가 없고
이미지만으로 기억될 서정뿐인가
한때 그게 궁금했다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뿜어낼
스토리가 없다는 건
잘못 살아온 것인가?
일찍 핀 꽃들이 부러운 때도 있었다
일찍 핀들 늦게 핀들 무슨 상관이랴 싶어지니
늦은 꽃들에게 시선이 갔다
마침내 피워낸다는 게 너무 경이로워
길바닥에 주저앉아 피어난 쬐끄만 풀꽃에게
와우, 야 반갑다, 축하해!
다만 한 번은 꽃 피워내고 이 땅을 떠나는 것이
생에 대한 예의 같다
서사든 서정이든 여기든 저기든
꽃의 토양은 씨앗의 날개에 달린 일
어쩌랴, 안간힘으로
화알짝, 우두둑! 기지개 펴보자꾸나
―시집 '룸펜들' (만인사, 2015)
단 한 번뿐인 생, 단 한 번은 꽃피우는 것이 '생에 대한 예의'로구나! 서정이든 서사든, 이미지든 스토리든, 일찍 피든 늦게 피든… 꽃을 피워낸다는 건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래서 길가 피어난 풀꽃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와우, 야 반갑다, 축하해!" 이처럼 꽃피운 생의 축복을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니랴? 어느 시인은 풀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암, 그렇고 말고! 꽃피운 미물과 다정스레 말을 섞고 사랑과 영혼을 주고받는 일, 이것이야말로 코스모스적 사랑이 아니랴?
땅속에 잠든 영혼이 씨앗의 시간이라면, 땅 위에 깨어난 영혼은 꽃의 시간이다. 그러니 아름다운 생을 꽃피우기 위해선 잠든 영혼의 시간에서 "화알짝, 우두둑!" 기지개 켜며 깨어나야 하리라.
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댓글 많은 뉴스
네타냐후, 사망설에 '다섯 손가락' 펴고 "우리 국민이 좋아 죽지"
김지호 "국힘 내홍이 장예찬·박민영 탓?…오세훈 파렴치"
'괴물' 류현진 "오늘이 마지막"…국가대표 은퇴 선언
이준석 '젓가락 발언' 따라 음란 댓글…작성자 결국 검찰 송치
전자발찌 40대男, 남양주 길거리서 20대女 살해…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