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등록증을 불태우고, 당장 가게 문을 닫고 싶은 심정입니다."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아예 폐업하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현재 250만원인 직원 월급이 내년이면 300만원까지 오를 참이다. 빚을 내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경기 전망마저 어두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3명을 고용하던 한 식당은 1명으로 줄일 작정이라고 했다. 아들과 며느리까지 두 팔 걷고 도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발단은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내년도 최저임금이다. 이날 결정된 시급 8천350원은 올해 7천530원보다 10.9%가 오른 금액이다. 2년 사이에 29%나 상승했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따른 결정이다. 소득수준을 높여서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적 약자에게 문제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바로 '을'의 입장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주들과 이들의 종업원인 '병'의 경쟁이다. 편의점 업주들은 매출의 30% 이상을 떼가는 가맹점 수수료 압박에 놓여 있다. 여기에 카드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진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여파로 임차료도 적지 않게 올랐다.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쥐꼬리라는 푸념이 업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병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정된 매출에서 인건비 비중을 더 늘리기 어려운 업주들이 고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한 해 사이에 구인 인원이 줄었다. 올해 상반기 구인 인원은 3만2천6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천897명보다 6.4%가 감소했다. 무엇보다 규모가 작은 곳에서의 감소 폭이 컸다. 영세한 업체로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경기침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도 여파를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병을 괴롭히는 편법도 더러 등장한다. 바로 근무시간 쪼개기다. 종업원인 병들은 근무하다가 한두 시간씩 멀뚱멀뚱 쉬어야 한다. 이러한 강제 휴식시간은 시급 계산에서 빼버린다. 월급이 아닌 일당으로 종업원을 고용하기도 한다. 손님이 몰리는 계절이나 요일에 직원을 더 두는 방식이다.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4대 보험을 피할 수 있어서다.
특히 대구는 소상공인이 많은 편이다. 사업체와 종사자로 보면 85.9%와 36.6%가 소상공인이다. 전국 7대 특별광역시 평균인 83%와 28.8%보다 비중이 높다. 업종별로는 교육서비스업이 5.2%포인트(p) 비율이 높고, 숙박음식점업(3.3%p)과 도소매업(2.8%p) 등도 다른 대도시보다 많다.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클 수 있는 여건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갑과 을의 불공정한 계약구조가 공고한 상황에서, 그 피해가 을과 병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소득 격차도 문제를 키운다.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많아서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등 기울어진 경제구조가 소득주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선의가 결과의 공정함을 보장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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