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중심 상권, 역대 최악의 공실 폭탄

대구 도심이 유례 없는 오피스, 오피스텔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부진한 지역 경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금융·보험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대구 상권을 대표하는 동성로 일대까지 오피스, 오피스텔 공실 대란이 번지고 있다.

◆반월당발(發) 공실 대란   

23일 오후 중구 덕산동 반월당네거리 일대. 대구에서 가장 유동인구 많은 이곳에도 공실 우려가 확산되고 있었다. 

네거리 모퉁이를 둘러싼 주변 대형 오피스 빌딩 유리벽마다 임대 현수막이 나부끼지 않는 곳이 없었다. 

20층짜리 신축 오피스 빌딩 1층에는 입주 점포 대신 시행사가 운영하는 홍보관이 자리 잡았고, 이마저 문을 걸어 잠근 채 텅 비어 있었다. 

해당 건물 관계자는 "도시철도 2호선 반월당역과 워낙 가까워 임차 문의가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는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해당 건물 맞은편에 있는 지하 4층, 지상 20층 규모의 메디컬 복합상가도 공실 몸살을 앓고 있다. 2014년 분양 당시만 해도 완판을 기록했던 건물이 어느새 임대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다. 

일대 임대사업자들은 " 최근 반월당 일대에 대형 오피스·상가 건물 신축이 잇따르면서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고 했다.

해당 상가 분양 당시 점포 4곳을 분양받은 임대사업자 A씨는 "점포 두 곳이 반년째 비어있다"며 "4년 전 분양 당시만 해도 반월당 인근의 초역세권 신축 건물이 많지 않아 임대사업용 분양이 적잖았는데, 최근 공급 과잉으로 공실 대란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도심 오피스 공동화 심화

동성로 중심에서 벗어날수록 오피스 빌딩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공평네거리~종각네거리 사이에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들은 하나같이 임차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건물 하나 걸러 하나 꼴로 내걸린 빨간 배경에 노란 글자로 쓰인 임대 현수막이 북적이는 도심에서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체 4층 가운데 현재 3개 층이 비어있는 공평네거리 건물 관리인 B씨는 "건물 이곳저곳에 임대 현수막을 걸어뒀지만 문의 전화는 일주일에 두세통 오는 것이 고작"이라며 "동성로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곳은 노후된 건물이 많아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구간 빌딩 공동화 현상의 이유로 2016년 7월 시청 별관 이전을 꼽는 시각도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시청 별관이 옛 경북도청 자리로 옮기며 상권 자체가 죽었다. 식당, 카페도 폐업한 곳이 많고 시청과 엮여있던 업체들도 사무실을 비우고 나갔다"며 "유동인구도 동성로나 붐비지 이쪽은 사람도 많지 않다. 임대료 수준도 작년부터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또 다른 공실 폭탄?

같은 날 중구 서성네거리~중앙네거리 640m 구간. 지난 2016년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오피스텔 건물 곳곳에도 하나같이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현재 일대에만 각각 398실(2017년 9월), 84실(2018년 7월) 2개 단지가 준공했다. 내년 이후 각각 713실(2019년 3월), 502실(미정) 규모의 2개 단지가 추가로 들어서면 버스 정류장 1개 구간에 무려 1천697실이 몰리는 셈이다.

반월당 일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월당역을 둘러싸고 3개 단지 941실이 밀집한다. 2016년 7월 162실에 이어 지난달 330실 규모의 오피스텔이 들어섰고,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449실 규모의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이다.

이외 계산오거리(1개 단지 118실), 공평네거리(2개 단지 1천189실)에도 오피스텔이 진을 치는 등 모두 10개 단지 3천945실이 국채보상로, 달구벌 대로 주변을 둘러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오피스텔 분양 물량이 6개 단지 1천352가구(잠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친 공급 과잉으로 볼 수 있다"며 "대구 도심 사무실에 이어 또다른 공실 폭탄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금융·보험업계 구조조정, 공실 확산 불가피

서성네거리~중앙네거리 구간은 오피스 공실 확산이 불가피하다. 해당 구간에는 금융·보험사의 대구지점이 몰려 있어 동성로 일대에 비해 상가보다 오피스 빌딩 비중이 높은 곳이다.

금융·보험사가 입주했던 건물의 경우 보험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유독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는 오는 2021년 보험상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보험사의 필요자본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해부터 몸집 줄이기를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중앙네거리 인근 건물에서 2개 층을 사무실 용도로 썼던 한 보험사는 직원 감축에 맞춰 사무실을 통합해 현재 한 개 층만 쓰고 있다. 통합으로 비게 된 사무실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

해당 보험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보험설계사가 많이 회사를 나갔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현재 출근하는 보험설계사 수는 70~80% 수준"이라며 "보험사의 몸집줄이기 경향은 앞으로도 2, 3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매물로 나오는 보험사 사무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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