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인내와 끈기로 공부에 매진한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대학교에 가고 싶었던 평생의 꿈을 이뤄 감격스럽습니다."
박선민(78·대구 달서구) 할머니는 지난달 27일 발표된 '2018학년도 제2회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대구경북을 통틀어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부를 시작한 2001년부터 장장 18년에 걸친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4일 방문한 박 할머니의 공부방 책상에는 과목별 문제집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문제지와 답안지에는 연필과 형광펜으로 빽빽이 공부한 흔적이 있었고, 책상 앞에는 계절별 금강산의 이름, 영어 단어 등 암기를 위한 메모가 붙어 있었다.
관공서 미화원으로 30여 년간 근무한 박할머니는 평소 초등학교 공부도 마치지 못한 게 늘 속상했다. 60대부터 야학의 도움과 독학으로 구구단, 산수 등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했다.
2003년, 2005년에는 각각 초졸,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문제는 고졸 검정고시였다. 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국어가 매번 발목을 잡았다. 시간이 부족해 9번이나 시험에서 떨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답안지에 정확하게 마킹하는 일조차 힘겨워졌다.
"시험과의 싸움에서 꼭 이기겠다는 오기로 버텼어요. 문제집에 나오는 문학 작품은 모두 외우다시피 했죠. 훈민정음, 청산별곡과 같은 어려운 작품도 암기를 거듭했습니다. 막판에는 책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도 훤히 꿰뚫을 정도였어요."
박 할머니가 공부에 빠져들면서 자녀의 걱정도 갈수록 늘었다. 자세가 틀어지고 안약까지 넣어가며 공부에 매진하는 어머니가 안타까웠던 것이다. 아들이 책을 숨겨도 보고 수없이 다투면서 만류했지만 어머니의 공부에 대한 의지를 꺾진 못했다.
할머니는 "시험을 앞두고 두 달 전부터는 수면 시간이 세 시간을 넘은 적이 없었고, 깊이 잠들지 않으려고 스탠드를 켜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며 "친구, 이웃과 놀고 수다 떠는 시간이 아까워 초인종이 울려도 책상 앞에서 꼼짝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공부를 하는 틈틈이 웃음치료 강사, 행복코치 강사 등 자격증도 6개나 땄다"고 자랑했다.
박 할머니의 목표는 이제 대학교 입학이다. 마음에 두고 있는 대학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본 뒤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수시모집에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 생활이 너무 기대가 돼요. 신입생들이 간다는 MT에도 가보고 싶어요. 공부를 마친 뒤에는 석사, 박사 공부까지 도전해 평생의 한(恨)을 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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