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의 협상 전략은 간단하다. 자신의 힘이 우세할 때는 상대 진영과 한 약속을 파기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자기에게 불리한 합의도 순순히 수용한다. 물론 이런 '후퇴'에는 그 약속을 지킬 뜻이 전혀 없는 것이 보통이다. 장제스(蔣介石)를 패퇴시키고 중국을 차지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전술은 이를 잘 보여준다.
2차 대전 종전 직후 중국의 밝은 미래를 논의하자는 장제스의 제안에 따라 마오쩌둥은 장제스의 본거지인 충칭(重慶)으로 날아가 1945년 8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장제스와 평화협상을 벌였다. 6주간의 '밀당' 끝에 두 사람은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연합 정부 구성을 골자로 한 이른바 '쌍십(雙十)협정'에 서명했다.
마오는 이에 앞서 9월 18일 "우리는 내전을 중단하고 중국의 근대화를 위해 장제스 주석의 영도 아래 모든 정파가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거짓말이었다. 협정 후 마오는 본거지인 옌안(延安)으로 돌아와 "쌍십협정은 휴짓조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온화한 표정에 정중한 태도로 많은 '팬'이 있는 저우언라이(周恩來)도 기만술의 대가였다. 쌍십협정에도 내전이 계속되자 1945년 11월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정전협상에서 그는 공산당을 민주주의자로 둔갑시켜 공산당의 목적에 대한 미국의 판단을 흐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 마오를 설득해 "중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발자취를 따라야 한다"고 선언하도록 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마오가 실제로 손해가 되지 않는다면 서류상으로는 무엇이든 동의했기 때문이다.('해방의 비극, 1945~1957' 프랑크 디쾨터)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중앙통신이 "종전(선언)은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꿔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이 아니다"고 했다. 선(先) 종전선언으로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낸다는 구상을 견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전략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면 황당해할 것도 없다. 문 정부가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서 북한은 종전선언을 굳이 힘들여 따낼 필요가 없는 '굳은 자'로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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