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참가자 '혁명의 출발' 좌담회
경북고 대구고 경북사대부고
학생 11명 밤새 연합시위 결의
22일 오후 '혁명의 출발, 그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를 주제로 대구 중구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관에서 2·28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 좌담회가 열렸다. 매일신문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좌담회는 올해 2월 6일 2·28민주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을 받아 당시 주역들의 목소리를 다시 듣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장주효(대구고) 전 대구대 재단이사와 최용호(경북대사대부고) 경북대 명예교수, 안효영(경북고) 목사, 박명철(대구공고) 전 대구상공회의소 연수원장, 이광조(대구상고)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장영향(경북여고) 수필가, 이완식(경북고) 대륙기업 대표, 조향래 매일신문 논설위원, 노동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2·28운동 당시의 기억을 더듬으며 첫 말을 꺼낸 안효영 목사는 "경북고 학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학원의 자유를 외친 날이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20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1, 2학년 학생 900명 전원이 시위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2·28은 1960년 2월 27일 이대우 경북고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에 학생들이 모이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시위를 위해 그 방에 하루 사이 30여 명의 학생들이 들렀고, 11명의 학생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마지막까지 남아서 결의를 다졌다.
이날 경북고 학생인 고 이대우와 고 하청일, 전화섭, 권준화, 이영소, 윤종명 그리고 대구고 학생인 고 손진홍, 장주효, 윤풍홍, 경북대사대부고 학생인 최용호 등 11명이 함께해 연합시위를 약속했다. 이날 결의문은 휴학 중이던 하청일이 작성했다. 이들은 막상 시위하겠다고 다짐하고 일은 벌여놨지만 역사적 무게감을 많이 느꼈다.
2월 28일 당일 이대우, 안효영의 주도하에 교내에서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어 시위가 일어났고 당시 2학년이었던 홍종흠은 1학년 학급들을 다니며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현장에도 적극 참여했다. 홍종흠은 임대용 등과 함께 전날 오후 이대우 방 안 모임에도 참여했다. 이광웅 등 일부 학생은 경찰에 연행돼 구타당하기도 했다. 안효영 목사는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데모 행렬 사진을 들어보이며 김길수 박경구 이원희 양성호 오윤무 윤호정 등 시위 참여 학생들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기도 했다.
대구고는 손진홍, 장주효, 윤풍홍의 주도로 시위에 나섰다. 서동활, 심재태는 돌격대장을 맡았다. 임용대, 이원형 등의 학생들이 적극 참여했다. 대구고 학생들은 경찰의 제지 때문에 구타를 당했다. 당시 치열한 상황에 대해 장주효는 "우여곡절 끝에 시위에 나가려고 교문을 나섰고 이후 경찰관들을 만나 치열한 몸싸움을 벌였다"고 했다.
사대부고의 경우에는 앞서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사건으로 유효길, 이영길, 고 오석수 등이 징계를 받은 데다 담임 교사까지 경찰에 연행되는 고초를 겪었다. 노가바 사건의 경우 대중가요인 '유정천리'를 '무정만리'로 제목을 바꾼 뒤 가사도 새롭게 만들어 선거를 앞두고 당시 고등학생들의 분위기를 대변해 반향을 일으켰다.
최용호는 이 노래를 전파하고 같은 학교 동급생 박재철과 시위를 주도했다. 김영대 등과 의논을 하고 여행웅, 김관희 등이 구호를 작성했다. 사대부고는 교내에서 농성을 벌인 뒤 야간에 야외로 나가 시위에 참여했다.
대구상고의 경우 조화형, 김수행 등은 교문을 차단당하자 담을 넘고 부수는 등 시위에 동조했다.
경북여고는 당시 학생 간부였던 신구자가 일요일 등교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거리로 나갈 것을 호소했다. 그 일로 인해 불순분자로 낙인찍혀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대구공고 출신 김윤식 시인은 이날 시위 행렬을 보고 학생들의 행보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한 시('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를 현장에서 작성해 당시의 시대 상황을 표현했다.
한편 24일 오후 3시 대구 호텔라온제나에서 2·28, 3·15, 4·19, 5·18 기념사업회의 대표들이 한자리 모인 가운데 민주운동의 현주소와 내일을 전망하는 좌담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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