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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⑧반짇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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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 그렇다. 예의를 숭상하는 우리네 관습의 영향이 크다. 그런가 하면 의복은 사람살이의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힌다. 그래서 바느질은 옛 여인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에 따라 바느질에 필요한 물건들을 담아 놓는 소품이 필요하였다.

그 같은 정겨운 생활소품이 반짇고리다. '바느질고리'라고도 하는데, '바느질'과 '고리'의 합성어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바느질당새기'라고도 한다. 부녀자들이 바느질 할 때 쓰는 바늘․실․골무․가위 따위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담아놓는 그릇을 뜻한다. 그것은 바느질에 쓰이는 필수품이라서 서민들의 혼수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모양새는 사각형이나 다각형 또는 둥근 게 있다. 고리 안에는 한쪽 모서리에 조그맣게 칸막이를 해서 바늘이나 단추 따위를 따로 넣도록 되어 있다. 상류층에서는 화각(華角)이나 자개로 만든 고급스러운 것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민서들은 종이로 만든 지함(紙函)이나 고리버들 또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만든 대고리를 사용하였다.

종이로 만든 것에는 색종이로 새나 꽃이나 오복(五福) 문자 등을 오려서 붙인 게 있다. 또한 빨강․노랑․초록의 삼원색 종이로 안팎을 발라서 만든 것도 있다. 나무로 만든 것에는 화조나 십장생 문양을 조각하여 칠을 하거나 자개를 덧붙인 것이 있다. 그리고 화각을 붙여서 붉은 칠을 하고 윤을 내어 취향에 맞도록 멋을 부린 것도 있다.

종이로 만들 때는 장지(壯紙)와 같이 두껍고 질긴 종이를 배접하여 만든다. 몸통 바깥쪽에는 모란문․만(卍)자문․희자(囍字)문․길상어문(吉祥魚紋) 등을 오려서 붙인다. 버들을 재료로 한 반짇고리를 버들고리라고 하며, 나무로 만든 것은 뚜껑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오동나무․대추나무․단풍나무가 사용되었으며, 1900년대 이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상류층에서는 나무틀 겉에 자개․화각․옻 같은 것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그리고 대나무를 재료로 한 반짇고리는 죽피를 색색으로 물들여 결을 낸 것으로 채상(彩箱)이라 한다. 이는 대․버들․갈대․왕골 등으로 상자 모양의 기물을 제작하는 일이다. 죽세공품을 특산으로 삼는 호남지방에서 대나무로 엮어 만드는 최상품의 상자를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섬세한 손길로 정성들여 만든 반짇고리. 색색의 문양으로 멋을 낸 그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공들여 만들었구나" 하고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가슴 뿌듯한 작품이었을 터. 그 시절 여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필수품이었다. 어릴 적 우리 집에도 그런 게 있었는데…. 이제는 아련한 추억 속의 예쁜 반짇고리.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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