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의 딸이 특혜로 명문대학에 진학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2시간여 만에 '사실이 아니다'며 사과한 것은 일과성 해프닝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한국당이 현 집권 세력의 대안 세력으로서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대한 문제다.
김 사무총장이 제기한 의혹의 근거는 '제보'와 SNS에서 떠도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숙명여고 교사가 김 전 부총리 딸의 담임교사였는지, 이들이 언제 대학 입시를 치렀는지, 김 사무총장이 제기한 학생부종합전형이 언제 도입됐는지 등 기초적인 '팩트' 몇 가지만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었다.
문제의 숙명여고 교사는 김 전 부총리 딸의 담임교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김 전 부총리의 세 딸 나이를 고려하면 이들이 대입을 치른 시기는 1995년, 1997년, 1999년으로 보인다.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은 2008년 입학사정관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김 사무총장은 이런 '팩트 체크' 없이 의혹을 그대로 재방송했다. 주요 당직자이자 3선 의원이, 그것도 원내대책회의라는 당 공식회의에서 이렇게 한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당 내부에서 나오는 한탄대로 "당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현실이란 '무혁신' '무감각' '무능력'이다. 현 집권 세력이 북한 비핵화에서 경제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걸쳐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한국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 가짜 뉴스 사건은 이렇게 국민이 희망을 걸 수 없게 하는 한국당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지할 대안 세력이 없는 정치 현실만큼 국민에게 절망적인 것도 없다. 한국당은 지금 국민에게 죄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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