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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재건축, 대구와 서울이 다르다?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재건축·재개발만큼 뜨거운 이슈도 드물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대부분의 조합원은 생업에 바쁘다. 이를 틈타 전문꾼들이 설치는 곳이 그 현장이다. 그래서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도정법) 등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실제 대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모 재건축조합은 설립 총회 당시 법으로 의무화된 '개인별 추정 분담금'을 공지하지 않아, 구청으로부터 '변경동의서 75% 이상 새로 징구해 하자를 치유하라'는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관할 구청은 또 하자 치유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시공사 선정은 조합이 알아서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신뢰 상실로 변경동의서 75%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 조합은 이를 빌미로 시공사 선정 총회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서울 성북구청은 전혀 다르게 대응했다. 조합원들에게 개별분담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뒤, 동의·취소·철회의 기회를 부여하고 조합설립인가를 재신청하라고 했다. 조합원 다수의 동의 없이 조합이 어떤 행위도 못 하도록 한 것이다. 대구는 조합 측 입장을, 서울은 조합원의 입장을 더 중시한 셈이다.

구청의 '비호'(?)와 '방관'(?)을 무기 삼아 모 조합은 더욱 극단적으로 되어갔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 배점표'를 의무화한 국토교통부 고시를 무시했고, 시공사 계약 때 석면 조사·해체·제거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한 도정법 29조를 위반한 채 석면 철거 공사를 별도 입찰에 부쳤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 경비를 건설사가 제공할 수 없다'는 도정법 132조를 무시하고 "시공사 선정 총회 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한다"며 조합원에게 홍보(?)하고 다닌다. 그러고는 총회 비용으로 무려 3억원을 책정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 안건도 가관이다. 도정법 시행령 43조는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을 대의원회에 위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가계약 체결 대의원회 위임' 안건을 버젓이 상정했다.

사실 '억지'와 '무리'는 이뿐이 아니다. 서울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대구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성구청 건축과 비리가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정말 대구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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