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감사 결과,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이하 대구패션조합)이 보조금을 무단으로 집행하고 입찰업체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가 지금까지 대구패션조합을 밀어주면서 불투명한 운영을 알고도 묵인한 정황이 적지 않다. 시는 2011년 대구패션조합이 재설립되자 연간 수억원 규모의 보조금 사업을 몰아주고, 건물 운영권을 넘겨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시, 보조금 사업 대거 조합에 넘겨
보조금 유용 비리로 해산했던 대구패션조합이 2011년 재설립되자 대구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원에 나섰다. 관할 부서인 시 섬유패션과는 대구패션조합이 재설립된 해부터 다른 산하기관이 기획했거나 수행하던 보조금 지원사업을 잇따라 대구패션조합으로 넘겼다. 대구패션조합이 넘겨받은 보조금 사업 규모는 연간 6억원에 이른다.
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전문생산기술연구소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하 패션연)이 수행하던 전국대학생패션쇼(사업비 1억2천만원)와 대구컬렉션(1억원) 등 패션쇼 관련 사업을 대구패션조합에 맡겼다. 대구패션조합이 보조금 유용으로 와해되기 전까지 수행한 사업인만큼 원래 주체자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시는 또한 2015~2017년 패션연이 기획 운영한 '아임패션이' 사업(사업비 1억원)도 대구패션조합에 넘겼다. 또한 2015년에는 과거 대구패션조합의 기획으로 패션연이 수행했던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2억원)도 행사 운영권을 대구패션조합에 맡기도록 패션연에 지시하기도 했다.
전문생산기술연구소가 수행하는 사업의 주체를 바꾸려면 산업부 승인 등의 절차를 밟아야한다. 시는 별다른 문제없이 진행되던 사업을 굳이 번거로운 절차까지 감수해가며 사업자를 교체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패션연은 2012~2015년 사업 수행 예산과 유동자산이 반토막나면서 경영난(본지 2016년 3월 18, 21, 22일자 보도)을 겪었다.
패션연의 운영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데도 지역 패션업체 대표와 대구시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패션연 이사회는 당시 원장의 경영평가 점수를 최고 수준으로 매겼다.
◆패션연 활용 건물도 '새 운영자 공모'
한국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이하 패션센터) 건물의 운영권을 수의계약에서 돌연 공모로 전환해 대구패션조합에게 운영권이 돌아간 점도 의심을 사고 있다. 패션센터는 사실상 패션연의 연구개발 업무를 지원하려 조성한 건물이다.
대구시는 패션연의 전신인 한국패션센터에 연구개발 공간을 제공하고자 정부 지원금을 받아 2000년 패션센터 건물을 지었다.
시는 패션센터 운영 목적과 관리 방법을 규정한 조례를 제정해 ▷패션·디자인 연구개발 ▷산학연 공동 시스템 구축 ▷패션쇼 공간 대관 등 한국패션센터가 건물을 운영할 근거도 마련했다. 2010년 한국패션센터가 한국봉제기술연구소와 통합한 후에도 패션연은 대구시와 2년 단위 수의계약을 통해 건물을 운영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2016년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패션연과의 수의계약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고, 지난해 10월 운영주체 공모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패션연은 수천만원을 들여 운영계획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공간 운영사업 계획서까지 마련했지만, 20년 동안 관리하던 패션센터 건물의 운영권 응찰을 갑자기 포기했다. 대구패션조합은 입찰과 재입찰에 단독 응찰해 운영권을 따냈다.
게다가 대구시는 올해 초 대구패션조합이 패션연으로부터 작년분 패션센터 운영수익 이월금 1억3천만원을 직접 받아 보관했지만, 시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구시 공유재산을 위탁 운영하는 주체는 시의 승인 없이 전임 운영주체가 벌어들인 수익을 보유할 수 없다. 대구시는 뒤늦게 비판이 커지자 대구패션조합으로부터 이월금을 돌려받은 뒤 다시 교부했다.
◆시민·노동단체 "특혜와 비리 감사해야"
이같은 특혜 의혹에 대해 섬유패션과장을 지낸 대구시 간부는 "대구패션조합의 사업 수행 능력을 고려해 일부 사업을 옮기도록 제안한 것은 맞다"면서도 "수행 주체인 두 기관이 협의 절차를 갖고 모두 동의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패션센터 건물 운영권을 공모해도 된다. 패션연이 입찰에 참여했다면 정당하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승호 경제부시장도 "대구시는 전문성, 수행 능력에 따라 보조금 사업 수행 주체를 조정할 수 있다. 전문 연구기관이 맡던 사업을 민간 협동조합이 받는 것이 반드시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대구시가 연구개발 능력도 없는 대구패션조합에 전문 사업과 건물 운영권 등 각종 권한을 준 것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공공연구노조에 따르면 패션센터 건물은 사실상 패션연이 쓰도록 지은 건물이어서 운영권 변경이 불필요하고, 입주 주체와의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패션센터 건물이 시 공공자산이기 때문에 운영주체를 공모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섬유개발연구원이나 다이텍연구원 등 다른 전문기술연구소의 입주 건물도 운영 주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대구시 담당 부서와 관련 공무원이 대구패션조합 보조금 비리 의혹 및 패션센터 위탁 과정과 무관한지 감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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