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뭉쳐도 모자랄 판에 친박 TK 신당 창당설이 웬 말

정치권 일각에서 친박 TK 신당설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 총선에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친박근혜 신당이 출범할 것이라는데, 구체성 있는 담론은 아니고 시나리오 수준의 예상일 뿐이다. 그렇지만, 대구경북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친박 TK 신당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다. 친박계인 홍 의원이 인터뷰에서 친박 신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20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 중 절반 정도가 탈락한다. 탈락자가 출마하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TK에서는 배신자론, 의리론이 먹힐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자유한국당은 친박당과 비박당으로 쪼개지면서 친박당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두 의원 모두 친박당의 존립 기반을 대구경북으로 여기는 것 같다. 대구경북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심리가 있는 데다, 1996년 15대 총선의 자민련 돌풍, 2008년 18대 총선의 친박연대 돌풍이 일어났던 곳이므로, 친박 신당의 근거지로 쉽게 예단하는지 모른다.

두 의원은 대구경북의 정치 지형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서 대구 46.14%, 경북 49.98%로 과반도 얻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기대 친박당을 만들어봤자, 지역민에게 손가락질만 받을 것이다. 공천 탈락한 패잔병이 지역 정서를 자극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는 수작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TK 신당설은 명분이나 실리 면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고 용납되어선 안 될 얘기다. 지역민을 반개혁·수구 세력으로 몰고 가면서 고립을 심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지역민 의사에 반하는 친박 TK 신당설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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